부모님

자당의 생활

eungi5 2022. 7. 5. 11:38

6. 12

안양에서 내게로 오심.

한 여름을 여기서 지내라 시니 한 두어 주일 있다 가신단다.

멸치하고 다시마를 사오셨다.

안양 아파트에 친구를 사궜는데 밥 사줬다며 친구 자랑이다.

6. 13.

오전에 마을 이웃집을 한 바퀴 도셨다

아랫집 풀 메는 부인과 대화 나누고 가정사도 시시콜콜 물었던 모양이다.

새로 이사 온 집 사람과도 인사 트고 왔다. 하우스 안에 방도 들여 놓고 밭에 풀 한 포기 없다고 칭찬.

6. 14

콩밭에 줄 매는 거 참견하러 나오셨다. 하우스 곁에는 호미로 메어 주어야 겠단다.

돌아가신 노인들 살 던 곳까지 다녀 오셨다.

보행상태가 좋다. 고기를 구웠더니 소주 한 잔과 잘 드신다.

부산 양동댁 종질부와 통화.

6. 15

아침에 자동차 리콜관계로 다녀왔더니 전화가 발발이다. 늦은 아침을 먹는 모습을 보고 엄청 배가 고팠던 모양이란다.

안양 갈 때 가져 간다고 돈냉이를 걷어와 다듬는다. 오전부터 저녁 때가 다 될 때 까지.

다 저녁에 현관 기둥에 어깨를 부딪혀 왼팔을 못 쓰신다. 팔에 멍도 들었다. 우선 파스 두 장을 붙여 드렸다.

뼈 이상이 있는 것 같지는 않는데 통증이 심한 모양이다. 낼 병원에 가봐야 겠다.

6. 16

아침에 병원에 가서 X-RAY를 찍었더니 견갑골 골절이란다. 견갑골이 가로로 쭉 끊어졌다.

뼛조각도 보이고. 의사는 의뢰서를 써 주며 큰 병원으로 가라며 정밀한 수술을 해야할 듯하단다. 이렇게 일이 커질 줄 상상도 못했는데... 의정부 성모병원에 가니 담당 전문의가 월, 수요일만 진료를 한다하여 일단 월요일 예약을 하고, 이웃의 을지병원으로 갔더니 똑 같은 상황이다. 상계백병원에 전화를 했더니 6월달 예약은 이미 끝났단다. 남실이 수소문하여 나우병원에 예약을 해서 4시경 병원에 도착했다. 가져간 자료를 검토한 의사는 cd를 찍어 보자하여 결과를 보더니, 견갑골은 잘 붙으니 보조대를 착용하여 진통제와 같이 사용하여 보자고 권한다. 수술은 말도 꺼내지 않는다. 이 연세에 어떻게 수술이냐고.

일단은 3주간을 견뎌보고, 연장할지는 그 때 보잔다. 일단은 고맙다. 수술 안하니.

할메 얼굴이 확 펴졌다. 수술 안한다고 하니. 차암,,,,

의사와 상담을 진통제를 받아 다시 집으로 모시고 왔다.

6. 17

어제 다녀 온 후유증이 혹시 있을까하여 걱정했는데, 오늘도 왼팔을 묶고 바깥 출입을 거뜬히 하신다. 지난 밤 늦게 다녀 간 당산의 큰 아들을 일 년 만에 만났는데, 그 뒤 현상도 은근히 걱정이 되었지만 하루 종일 별 말씀이 없다.

걷는 데는 지장이 없어 온 집안을 챙기며 돌아 다니신다. 매실과 앵두를 따라느니, 초석잠을 잘라 버리라느니...

저녁에는 삼겹살을 구웠는데, 의자에 앉아 드시래도 기어이 바닥에 앉아 맛있게 드신다. 역시 온갖 지시 다 하시고. 소주 두 잔과 함께. 나중에 일어나는 것도 결국 혼자의 힘으로 일어나셨다. 지금까지는 골절에 대한 큰 통증은 느끼지 않으시는 거 같다. 참으로 다행이다.

오후에 교수 내외가 다녀갔다.

 

6. 19

골절 후부터 요강을 사용한다. 전에는 아주 강하게 거부하시더니 이젠 먼저 달라신다.

보조장구가 걸쇠가 잠드는데 방해가 되는 모양이다. 주무실 때는 간단한 걸고 바꿔 드려야 겠다. 그래도 뭐든지 잘 드시니 다행이다.

동두천도서관에 살구나무에서 익은 살구가 많이 떨어져 괜찮은 걸로 몇 개 주워 드렸더니 한 개를 깨물더니 엄청 시다고 뱉아 버리신다. 이뻐서 드렸더니 모양과 다른 모양이다.

어젠 양평동생 내외가 과일과 대전 성심당 빵, 염소탕을 사들고 다녀 갔다. 참 하나같이 효성이 지극한데.....

6. 23

골절을 당하지 벌써 9일째가 되고 그동안 겨우 세수만하고 지냈으니 머리나 몸이 얼마나 지그러웠겐나. 어제 그런 말씀을 하시길래 그래도 좀 참아야지 우야겐나 했었는데, 오늘 옷 벗어던지고 고부간에 샤워하고 머리까지 감았다. 시원하시단다.

혼자 손톱도 깎고. 당산에서 설렁탕을 사 보냈단다. 던져버리지 않고.

대전 양평동생이 사 온 홍화씨를 볶아 보리차와 같이 끓이고, 경동시장 강원장에게 부탁하여 보내 온 산골캡슐을 같이 드신다. 뼈의 접합에 좋다는 2가지다. 빨리 회복되시기를.

 

6. 26

이쪽 저쪽에 완두콩 나눠주니 얼마 남지 않았지만 장마비 오기 전에 수확한다고 소쿠리로 2개 정도 땄다.

할메가 나오지 않을리가 없지. 의자에 앉아 따기 시작하신다. 오른손은 괜찮은데 왼손은 손가락만 꼼지락하신다. 그래도 가만히 앉아 있는 거 보다 운동을 해야지. 다 깐것이 한되정도 되려나. 연세가 높으셔도 할 수 있는 일은 하시도록 해 드려야지.

팔 보조대는 혼자 어떻게 하실 수 없으니 매일 묶어 드려야 한다.

드시는 약은 당뇨약, 골절에 대한 진통제, 골절치료제 산골캡슐과 홍화씨앗 물이다. 빨리 나으셔야지.

 

6. 27

살면서 착각하는 것 중에 하나가 노인을 편히 모신다고 아무 일도 시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람이 일없이 세월을 보내면 그것이야 말로 생활속의 지옥인 것이다. 일하면서 즐거움을 느끼며 또한 지루한 시간을 적절히 보내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요즘 자당께서는 일을 하려하고, 며느리는 일을 못하게 하고.... 자주하는 신간중에 한 모습이다.

한 열흘전부터 완두콩을 땄는데 애들에게 보내고 우리도 밥에 올려 먹는다. 

며느리가 공부하러 간 사이에 조용하길래 둘러 보았더니 완두콩 바구니를 차고 앉아서 깍지를 까고 계신다.

한소쿠리 정도 되니 불편한 왼손으로 같이 하려니 시간은 더 걸리겠지.

그리고 마늘도 물에 담가 두란다. 나중에 마늘도 까고.... 오늘 할 일 충분히 다 하셨다. 

점심으로 라면 삶아 먹고, 낮잠 한 시간 주무시고.

 

7. 1

어깨 다친 후 처음 샤워를 하셨다.

매일 몇 번씩 하든 샤워를 근 보름만에 했으니 그동안 얼마나 지그러웠겐나.

옛날 선친께서 건대 병원에 입원하셨을 때 차가운 날씨에도 기어이 샤워를 하시겠다고 화장실에서 씻으셨던 기억이  난다.

팔이 부러지지 않아 다행이지 며느리가 등을 밀고 오른손으로 자신의 몸을 닦고.

한 시간여 동안 씻고 난 후 나오면서 하시는 말씀. 어이구 시원타.

하기야 지금만큼이라도 스스로 몸을 움직일 수 있는 것만 해도 천만 다행이다.

그래도 매일 약 챙겨 먹은 거는 빠뜨리지 않는다. 

어제부터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데, 오늘도 만만찮다. 막국수 드시고 와서 차광막 아래 테이블에 앉아 더위를 피하고 계신다.

 

7. 4

저녁 무렵 야외테이블에 앉아 계시다 들어오셔서 왼쪽 어깨 통증이 심하다 신다.

여태까지 이런 일이 없었는데 갑자기 통증이 심하다셔서 무슨 일을 했느냐 물어보니 짜증만 내며 대답하지 않으신다.

분명히 뭔가 일을 했으니 통증이 왔겠지. 

그동안 통증없이 한 2주일을 잘 지냈는데 갑자기 그러시네, 진통제를 드시랬더니 벌써 드셨단다.  며칠을 진통제를 드시지 않고 지내셨는데. 힘도 드시겠지.

주무시러 들어갈 때 또 한 봉을 드신다. 아프면 먹어야지 어쩌겐나. 

방안에 선풍기를 약하게 틀어 드렸더니 시원하게 잘 주무신다.

 

7. 5

아침에 세차하느라 호스를 늘여 놓았더니 옆에 오셔서 호스를 손수 감아 정리를 하시겠단다. 

갑갑하기야 하시겠지만 좀 가만히 계셨으면.... 며칠 사이에 집안 일에 참견이 점점 더 심해진다. 하지않아도 될 일과 말들.... 이해해야지 어쩌겐나. 

드시는 약의 종류가 많다.

아침에 당뇨약. 저녁에는 골절 진통제. 그리고 골절에 좋다는 홍화씨와 산골환까지 4가진가. 홍화씨는 환은 삼사십개, 홍화씨앗 보리차는 수시로 드시고, 산골환은 아침, 저녁에 한 알씩 드신다.

어쨌던 빨리 통증없이 나아야 할텐데. 

 

7. 6

안양으로 가심(동기가 모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