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이야기/생활이야기(2006이후-)

광화문 글판

eungi5 2016. 2. 14. 16:49


전부터

아름다운 싯귀를 합죽선에 써

선물도 하곤했는데,

광화문 글판에도 참 좋은

글귀들이

지나는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그 시들을

조사해서

자료를 모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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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끔 서 있어도 나무는 숲이었어.

그대와 나는 왜 숲이 아닌가.

 

숲 정희성

 

숲에 가보니 나무들은

제가끔 서 있더군

제가끔 서 있어도

나무들은 숲이었어

 

광화문 지하도를 지나며

숱한 사람들을 만나지만

왜 그들은 숲이 아닌가

 

이 메마른 땅을 외롭게 지나치며

낯선 그대와 만날 때

그대와 나는 왜

술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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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 한 알(정석주)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네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니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레 초승달 몇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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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이성주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웅덩이 같은데를 기웃거리다가

한 눈 좀 팔고,

싸움도 한 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듣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 할 수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 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 보는

, 먼세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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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강에서 정호승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리

겨울 강 강 언덕에 눈보라 몰아쳐도

눈보라에 으스스 내 몸이 쓰러져도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리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강물은 흘러가 흐느끼지 않아도

 

끝끝내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어

쓰러지면 일어서는 갈대가 되어

청산이 소리치면 소리쳐 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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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 드는 날 도종환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일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방하착(放下着)

제가 키워 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놓으면서

 

가장 황홀한 빛깔로

우리도 물이 드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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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사랑 문정희

 

눈 송이처럼 너에게 가고 싶다.

머뭇거리지 말고,

서성거리지 말고.

숨기지 말고

그냥 네 하얀 생애 속에 뛰어 들어

따스한 겨울이 되고 싶다.

천년 백설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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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

 

흔들리잖고 피는 꽃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곧게 세웠나니

흔들리면서 꽃망을 고이고이 맺었나니

흔들리잖고 피는 사랑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서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비바람 속에 피었나니

비바람 속에 줄기를 곧게곧게 세웠나니

빗 물 속에서 꽃망을 고이고이 맺었나니

 

젖지 않고서 피는 사랑 어디 있으랴

아프지 않고 가는 삶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반짝이는 삶들도

다 아픔 속에서 살았나니

아픔 속에서 삶의 꽃 따뜻하게 살렸나니

아픔 속에서 삶망울 착히착히 키웠나니

아프지 않고 가는 삶 어디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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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순간이 다 꽃봉오리인 것을 정현종

 

모든 순간이 다 꽃봉오리인 것을

나는 가끔 후회한다.

그때 그 일이

노다지였을지 모르는데.....

그 때 그 사람이,

그 때 그 물건이

노다지였을지 모르는데.....

더 열심히 파고들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긔 기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할 걸.

 

반벙어리처럼,

귀머거리처럼

보내지는 않았는가.

 

우두커니처럼

더 열심히 그 순간을 사랑할 것을

모든 순간이 다 꽃봉오리인 것을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꽃봉오리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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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좋은 날 -무문선사-

 

봄에는 꽃피고

가을에는 달밝고

여름에는 바람불고

겨울에는 눈 내리니

 

쓸데없는 생각만 마음에 두지 않으면

언제나 한결같이 좋은 시절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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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시냇가 장석남

 

내가 반 웃고,

당신이 반 웃고,

아기 낳으면

돌맹이 같은 아기 낳으면

그 돌맹이 꽃처럼 피어

깊고 아득한 골짜기로 올라가리라.

아무도 그곳까지 이르진 못하리라

가끔 시냇물에 붉은 꽃이 섞여내려

마을을 환히 적시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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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좀 피게나 올빼미여, 이건 봄비가 아닌가.

 

봄비

 

하던 것 멈추고

귀를 열고

 

그저 들어보게

 

이건 봄비가 아닌가.

 

그저 미소짓게

 

이순간,

지금 이 시간이

허허-

 

얼굴 좀 피게나 올빼미여

이건 봄비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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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이 되는 것.

 

연탄 한 장 안도현

 

또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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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은

 

길이 없으면

길을 만들며 간다.

여기부터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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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밭을 갈지 않으면 가을에 거둘 것이 없다.

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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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처럼 모아라. 여름은 길지 않다.

명심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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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결과는 훌륭한 시작에서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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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새 꽃 곽효환

 

아직 잔설 그득한 겨울 꼴짜기

다시금 삭풍 불고 나무들 울다

꽁꽁 얼었던 샛강도 누군가 그리워

바닥부터 조금씩 물길을 열어 흐르고

눈과 얼음의 틈새를 뚫고

가장 먼저 밀어 올리는 생명의 경이

차디찬 계절의 끝을 온몸으로 지탱하는 가녀린 새순

마침내 노오란 꽃망을 머금어 터뜨리는

겨울 샛강, 절벽, 골짜기 바위틈의

들꽃, 들꽃들

저만치서 홀로 환하게 빛나는

 

그게 너였으면 좋겠다.

아니 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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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풀꽃(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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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방문객(정현종)

 

사람이 온다는 건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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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산사(정호승)

 

운주사 와불님을 봅고

돌아오는 길에

 

그대 가슴의 처마 끝에

풍경을 달고 돌아왔다.

 

먼데서 바람불어와

풍경소리 들리거든

 

보고 싶은 내 마음이

찾아간 줄 알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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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약해지지 마(시바타 도요)

 

있잖아, 힘들다고 한숨 짓지마

햇살과 바람은

한쪽 편만 들지 않아

꿈은 평등하게 꿀 수 있는 거야.

나도 괴로운 일 많았지만

살아 있어 좋았어.

너도 약해지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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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교보빌딩 글판 글귀 모음

 

 

1991. 1.~91. 12월 우리 모두 함께 뭉쳐 경제 활력 다시 찾자. <격언>

1993. 1월 아직도 늦지 않다. 다시 뛰어 경제성장. 교보생명 사내 공모작>

1994. 1월 훌륭한 결과는 훌륭한 시작에서 생긴다. <격언>

1997. 1월 나라 경제 부흥시켜 가정 행복 이룩하자. <교보생명 사내 공모작>

1997. 2~4월 오늘의 교보생명 내일의 경제 부흥 <교보생명 사내 공모작>

1997. 6~12월 개미처럼 모아라 여름이 길지 않다. <이숍 우화>

1998. 1월 봄에 밭을 갈지 않으면 가을에 거둘 것이 없다. <공자의 춘추에서>

1998. 2~9월 떠나라 낯선 곳으로 그대 하루하루의 낡은 반복으로부터 <고은 의 낯선 곳에서>

1998. 10~1999. 2월 모여서 숲이 된다. 나무 하나하나 죽지 않고 숲이 된다.

그숲의 시절로 우리는 간다. <고은 의 창작>

1999. 3~5월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우리 관계에 창의력을 불어 넣는 것이며

갈등 속에서 일치하고자 주력하는 것입니다. <서은영의 최고의 삶에서>

1999. 6~11월 산을 바라보는 사람은 아름답습니다.

바다를 바라보는 사람은 아름답습니다.

지그시 따뜻한 눈으로 사람을 바라보는 사람은

더욱 아름답습니다.

거기 그대 와 나. <고은 의 창작>

1999. 12~2000. 4월 하루하루의 반복으로부터 낡은 습관으로부터 떠나야 합니다.

모험심과 용기로 가득 찬 청춘의 마음으로 <고은 의 낯선 곳과

새로운 천년의 낯선 곳을 향해 떠납시다. 시무엘 울반의 청춘에서>

2000. 5~8월 길이 없으면 길을 만들어 간다. 여기서부터 희망이다. <고은 의 길에서>

2000. 8~11월 모든 것은 변한다. 그러나 우리의 번뇌는

존재가 변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존재가 변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데서 일어난다 <불교 정전 아함경에서>

2000. 12~2001. 3월 아픈 데서 피지 않는 꽃이 어디 있으랴 <김용택의 사람 등은 왜

꽃소식 환한 마음 보듬어 희망의 불 지펴 내일을 열자. 모를까. 이철수의 판화집>

2001. 4~12월 청자빛 하늘 그린 듯이 곱고 보리밭 푸른 물결 헤치며

종달새 드높이 솟아오르고 <노천명의 푸른 오월에서>

2001. 7~9월 그대를 사랑한다며 나를 사랑하였다

이웃을 사랑한다며 나를 사랑하고 말았다

가만히 푸른 하늘이 내려다본다. <고은 의 순간의 꽃에서>

2001. 10~12월 울타릿가 감들은 떫은 물이 들었고

맨드라미 접시꽃은 붉은 물이 들었지만

나는 이 가을날 무슨 물이 들었는 고 <서정주의 추일 미음에서>

2002. 1~3월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 마저 잃었을 때도 너는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이성부의 봄에서>

2001. 04~6월 푸름을 푸름을 들이 마시며 퍼지는 여름을 향해 <조태일의 꽃나무 숲들

우람찬 꽃망울을 준비 하리라. 중에서>

2002. 7~9월 세상에는 거저가 없습니다

세상에는 요행이 없습니다

세상에는 큰 길이 있습니다. <교보생명 사내 공모작>

2002. 10~12월 나뭇잎은 흙으로 돌아갈 때에야 더욱 견건하고 <박재삼의 지는 잎을 보

사람들은 적막한 바람 속에 서서야 비로소 아름다운가. 며 에서>

2003. 1~3월 먼동 트는 새벽빛, 고운 물살로

당신, 당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김용택의 섬진강에서>

2003. 4~5월 하루를 살더라도 평화롭게 이틀 사흘을 살더라도

온 세상이 평화롭게 <김종삼의 평화롭게에서>

2003. 6~8월 시골에선 별똥별이 보이고 도시에선 시간이 보인다

벗이여 우리도 쉬었다 가자. <유종호 창작>

2003. 9~11월 바람에게도 길은 있다. 나는 비로소 나의 길을 가느니 <천상병의 바람 에게도 길은 언제나 어디에나 있다. 길은 있다에서>

2003. 12~2004. 2월 까치 한 마리 날아와 우는 아침 어여삐 전해 오는 기별에

환히 밝아오는 따뜻한 겨울빛 <김달진의 겨울 아침>

2004. 3~5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도종환의 흔들리며 피는 꽃>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며 피었나니

2004. 6~8월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 주는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 인가. <정호승의 내가 사랑한 사람>

2004. 9~11월 여치야 번지 없는 풀숲에서 밤새우는 여치야

기운을 내라 가을이 오고 또, 봄이 온단다. <유종호 창작>

2004. 12~2005. 2월 떠난 사람들 모두 돌아와 다 함께 눈을 맞자

눈 맞으며 사랑하자. <고운 의 강설에서>

2005. 3~5월 더 열심히 그 순간을 사랑한 것을 모든 순간이 다아 <정현종의 모든 순간이 꽃 꽃봉오리인 것을 봉오리인 것을 에어>

2005. 6~8월 가는 데까지 가거라, 가다가 막히면 앉아서 쉬어라<김동규 해는 기울고, 당부> 쉬다 보면 새로운 길이 보이리

2005. 9~11월 착한 당신 피곤해도 잊지 마요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이종기의 바람의 말에서>

2005. 12~2006. 2월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리

겨울 강, 눈보라에 내 몸이 쓰러져도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리 <정호승의 겨울 강에서>

2006. 3~5월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 <조병화의 해마다 봄이 되면에서>

2006. 6~8월 오늘은 반짝이는 은어가 되어 푸른 강물을

헤엄쳐 보는 건 어떨까 친구? <신해욱의 푸른 강물에서>

2006. 9~11월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가장 외로운 낙엽을 위하여

오늘을 사랑하게 하소서 <김현승의 가을의 기도 중에서>

2006. 12~2007 .2월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도 기꺼이 연탄 한 장이 되는 것.

<안도현 시인의 연탄 한 장 중에서>

2007. 3~5월 봄이 속삭인다 꽃이피라 희망하라 사랑하라

삶을 두러워하지 말라 <헤르만 헤세의 봄의 말>

2007. 6~8월 내 마음 초록숲이 굽이치며 달려가는 곳

거기에 바다가 있어라 뜀뛰는 가슴 너는 있어라. <이시명의 빛에서>

2007. 9~11월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도종화의 단풍 드는 날>

0207. 12~2008. 2월 어머니 저를 일찍 깨워 주세요. 모든 새벽 중에서

내가 가장 행복한 시간이 될 거예요.<알프레드 테니슨의 오월의 여왕>

2008년 겨울 아침에는 운명 같은 건 없다.

있는 건 오로지 새날 <정현종의 아침에서>

2008년 여름 당신의 마음을 애틋이 사랑하듯

우리 사는 세상을 사랑합시다. <김용택의 사랑에서>

2008년 가을 찬 가을 한 자락이 은은히 내 안으로 스며든다.

고마운 일이다. <조향미의 국화차에서>

2009년 봄 얼굴 좀 펴게나, 올빼미여, 이건 봄비가 아닌가.<고바야시 이샤의 하이쿠에서>

2009년 여름 물고기야 뛰어올라라 최초의 감동을 나는 붙잡겠다. <조정권의 약리도에서>

2009년 가을 대추가 저절로 붉어 질리가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몇 개, 몇 개. 벼락 천둥 <장석주의 대추 한 알에서>

2009년 겨울 눈송이처럼 너에게 가고 싶다

머뭇거리지 말고 서성대지 말고 <문정희의 겨울 사랑에서>

2010년 봄 내가 반 웃고 당신이 반 웃고

아기 낳으면 마음을 환히 적시리라. <장석삼의 그리운 시냇가에서>

2010년 여름 너와 난 각자의 화분에서 살아가지만

햇빛을 함께 맞는다는 것! <키비의 힙합곡 자취 일기에서>

2010년 가을 금 네 곁에 있는 사람, 네가 자주 가는 곳,

네가 읽는 책들, 너를 말해 준다. <괴테의 명언>

2010년 겨울 눈과 얼음의 틈새를 뚫고 가장 먼저 밀어 올리는 들꽃

그게 너였으면 좋겠다. <곽효환의 걸음새 꽃에서>

2011년 봄 별안간 꽃이 사고 싶다

꽃을 안 사면 무엇을 산단 말인가 < 이진명의 젠장 이런 식으로 꽃을 사면에서 >

2011년 여름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 어마 한 일이다

한 사람의 인생이 오기 때문이다. <정현종의 방문객에서>

2011년 가을 있잖아 힘들 다고 한숨짓지 마

햇살과 바람은 한쪽 편만 들지 않아 <시바타 도요의 약해지지 마에서>

2011년 겨울 푸른 바다에는 고래가 있어야지

고래 한 마리 키우지 않으면 청년이 아니다. <정호승의 고래를 위하여 에서>

2012년 봄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인의 들꽃 중에서>

2012년 여름 내 유산으로는

징검다리 같은 것으로 하고 싶어

모두들 건네주고 건네주는 <장석남 시인의 나의 유산은 중에서>

2012년 가을 낙엽이 지거든 물어보십시오

사람은 왜 낮은 곳에 있는지를 <안도연 시인의 가을 엽서 중에서>

2012년 겨울 황새는 날아서

알은 뛰어서 달팽이는 기어서

새해 첫날에 도착했다. <반칠환 시인의 새해 첫 기적에서>

2013년 봄 가장 낮은 곳에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김승희 시인이 그래도라는 섬이

그래도 사랑의 불을 꺼뜨리지 않는 사람들 있다 중에서>

 

 

2013년 광화문글판 본 편

 

 

2013년 여름 편

나였던 그 아이는 어디 있을까 <파블로 네루다 의 유고 시집 "질문의 책" 속에서>

아직 내 속에 있을까 -칠레 태생의 노벨문학상 수상자-

아니면 사라졌을까

 

2013년 가을 편

또로 또로 또로 -동시 작가 김영일의

책 속에 귀뚜라미 들었다 귀뚜라미 우는 밤에서-

나는 눈을 감고

귀뚜라미 소리만 듣는다

 

2013년 겨울 편

살얼음 속에서도

젊은이들은 사랑하고

손을 잡으면 숨결은 뜨겁다 -신경림 시인의 정월의 노래에서-

 

2014년 봄 편

환하다 봄비

너 지상의 맑고 깨끗한

빗자루 하나 -박남준 님의 개끗한 빗자루 중에서-

 

 

2014년 여름 편

먼 데서 바람 불어와

풍경 소리 들리면

보고 싶은 내마음이

찾아간 줄 알아라. -정호승 시인의 풍경 달다 중에서-

 

교보 광화문 글판 2014 가을 편

어느 날, 나무는 말이 없고

생각에 잠기기 시작한다.

하나 둘 이파리를 떨군다.

-황인숙의 어느 날 갑자기 나무는 말이 없고 중에서-

 

어느 날 갑자기 나무는 말이 없고 -황인숙-

 

햇살 아래 졸고 있는

상냥한 눈썹 한 잎의 풀도

그 뿌리를

어둡고 차가운 흙에서

내리고 있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지만

그곳이 그리워지기도 하는 모양이다.

 

어느 날 갑자기 나무는 말이 없고

생각에 잠기기 시작한다.

그리고

하나

탄식과 허우적 댐으로

떠오르게 하는 이파리를 떨군다.

 

나무는 창백한 이마를 숙이고

시선의 뿌리를 내리고 있다.

쟁강쟁강

부딪치며

깊어지는 낙엽 더미 아래에

 

 

 

교보 광화문 글판 2014년 겨울 편

 

눈이 오는가 북쪽엔

함박눈 쏟아져 내리는가

너를 남기고 온 작은 마을에도

-이용학의 그리움 중에서-

그리움

-이용학-

눈이 오는가 북쪽엔

함박눈 쏟아져 내리는가

험한 벼랑에 굽이굽이 돌아간

백무선 철길 위에

느릿느릿 밤새어 달리는

화물차의 검은 지붕에

연 달린 산과 산 사이

너를 남기고 온

작은 마을에도 복된 눈이 내리는가

잉크병 얼어드는 이러한 밤에

어쩌자고 잠을 깨어

그리운 곳 차마 그리운 곳

눈이 오는가

함박눈 쏟아져 내리는가

 

교보 광화문 글판 2015년 봄 편

 

꽃 피기 전 봄산처럼

꽃 핀 봄산처럼

누군가의 가슴

울렁여 보았으면

-함민복의 "마흔번째 봄"에서-

 

마흔번째 봄 -함민복-

 

꽃 피기 전 봄산처럼

꽃핀 봄산처럼

꽃 지는 봄산처럼

꽃 진 봄산처럼

나는 누군가의 가슴

한번 울렁여 보았으면

 

교보 광화문 글판 2015년 여름 편

 

제가끔 서 잇어도 나무들은

숲이었어

그대와 나는 왜

숲이 아닌가

 

-정희성 시인의 "'에서-

 

-정희승-

 

숲에 가보니 나무들은

제가끔 서 있어도

나무들은 숲이었어

광화문 지하도를 지나며

숱한 사람들을 만나지만

왜 그들은 숲이 아닌가

이 메마른 땅을

외롭게 지나치며

낯선 그대와 만날 때

숲이 아닌가

 

[출처] 교보 광화문 글판 총정리(1991.1~2015.6월까지)|작성자 구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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