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5백 원!
자식을 가르칠 땐 느끼지 못했던 작은 재미를 손주들과의 관계에서 느끼게 된다.
부모와 자식 간에도 마찬가지로 삶의 제일 큰 재미가 자식이 잘 자라는 모습을 보는 것 일진데, 잘못이 있으면 즉시 고쳐 주려하고, 학교에서 조그만 것이라도 상을 받으면 마치 나의 아이가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재능을 지닌 것처럼 즐거워하게 된다. 가장 뛰어난 사람으로, 가장 강한 사람으로,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으로 자라게 하려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다. 그러다 보니 무리를 하게 되고 자식이 마치 자신의 소유물인 듯 과욕을 부리게 되는 것이다. 지나고 나면 다 부질없는 짓인 것을. 그래서 옛날 선현들은 자식은 직접 가르치지 말고, 바뀌서 가르치라고 했던가.
그런데, 손주는 그렇지가 않다.
몇 달 전, 재미삼아 애들에게 할아버지, 할머니께 전화 한 번 하면 오백원 보내준다 했더니, 첨에는 긴가민가 어쩌다 한번씩 전화하더니 요즘 들어 통장 확인을 했는지, 전화해서 첨하는 말이 ‘할아버지, 오백원!’한다. 저희들도 재밌고, 우리들도 재밌고. 어쩌다 무어 잘하는 일이 있어 아이 에미가 사진으로 보내면 한 건당 천 원씩 보낸다.
전에 젊었을 때는 돈 모은다고 노력을 했지만, 요즘은 어쩌면 재밌게 돈을 쓸까... 하는 것이 관심사다. 손주들에게 돈쓰는 것만큼 재밌는 일이 또 있을까.... 지새끼 이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마는 손주들은 자식과 달리 조건이 없다. 그냥 이쁘기만 하니 천금인들 아까울까...
오늘도 은근히 기다린다. ‘할아버지 오백원’하며 오는 전화벨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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