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포 전, 애들이 우리 결혼 삼십주년 기념으로 가족여행을 떠나잖다. 1979년 어린이 날 결혼식을 올렸으니 올해로 꼭 삼십년이다.
장소를 물색하던 중 눈으로만 하는 여행은 제외하고 체험을 하는 여행이 좋다고 서해안의 안면도로 가기로 했다.
날이 날인지라 할머니도 같이 모시고 가기로 했다. 부모의 결혼은 부모의 부모님에게도 뜻깊은 날이리라.
5월 3일 새벽 6시에 새벽밥 해 먹고 출발하였다. 길 막힐 걱정하고 일찍 출발했는데, 안면도 꽃 박람회 때문에 서해안고속도로를 나서면서부터 막히기 시작하더니 목적지인 안면도 최남단에 도착하니 점심때가 다 됐다. 길이 막혀 고생을 하긴 했지만 그래도 크게 지루하지 않았던 것은 안면도 섬 전체가 꽃밭이다. 얼마나 많은 꽃을 심었던지 화려한 꽃을 보면서 지루한 줄 모르고 목적지에 도착했다.
첫째날은 오후에 낚시를 하고 펜션에서 일박을 하기로 했다.
바다 한 가운데 있는 가두리 양식장을 운영하는 어부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어머니가 배를 타실 수 있을까 걱정을 했는데, 기분이 좋아서 그런지 고깃배에도 쉽게 오르시고, 많이 즐거워하신다. 괜히 덩달아 나도 기분이 조타.
속으로 ‘가두리에서 낚시를 하면 엄청 낚겠다.’ 생각하면서 도착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가두리에 낚시를 당구는 기 아니고 바다쪽으로 낚시를 하란다. 그라먼 그러치........
건데 웬걸. 우럭이 올라오기 시작하는데 낚시 담그기라 무섭다. 어떤 놈은 삼십센치가 넘는 놈도 심심찮다.
통통배 타고 낚시장으로.
맨 처음 올린 우럭. 맛 조테......
안식구가 잡은 제일 큰 놈.
주인이 잡은 우럭을 회쳐주고 우리는 소주 한잔하면서 싱싱한 회를 실컷 먹었다. 큰놈만 회쳤으니 남은 뼈와 짠챙이는 싸 가지고 내일 아침 매운탕 끓여야 겠다고 생각하고 돌아오려는데, 주인이 아쉽다고 한 2년쯤 키운 우럭가두리에 낚시를 담그니 순식간에 팔뚝만한 넘들이 낚시를 문다. 인심 후한 주인 덕에 큰 놈 몇 마리 더 얻어서 안면도 제일 위쪽의 예약한 펜션으로 향했다. 역시 차는 막히지만 꽃구경이 즐겁다.
여행을 가면 제일 중요한 것이 밤시간이다. 서해 바닷 바로 옆에 있는 펜션에서 삼겹살 굽고 소주한 잔 하면서 어머니와 안식구와 애들, 그리고 인심 좋은 주인 내외와 밤늦게까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애들이 조그만 케익과 기념패라나 뭐라나 해가지고 와서 또 우리를 즐겁게 만든다.
우리 식구끼리 건배!!!!!!
주인이나 객이나 한사람빼고 다치핸네 ㅎㅎㅎㅎㅎ
주인은 서울에서 중동고를 나왔고, 동두천에서 살았고, 외가가 밀양(남포리)이고.... 등등 대화꺼리가 끝이 없다. 특히 즐거운 것은 연세 높으신 어머니가 끝까지 같이 자리를 하신거다. 건강이 좋지 않아 걱정이 많이 되었는데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밤 12시가 넘어 잠자리에 들었다.
5월 4일
새벽에 일어나니 물이 쭉 빠졌다. 주인 내외가 특별히 해 준 아침밥으로 요기를 하고 조개잡이에 나섰다. 물때가 맞지 않아 두어 시간 정도 밖에 못잡았지만 꽤 많이 잡았다. 떠날 때는 조개가 부족하다고 더 가져 가라고 주머니에 담아 준다. 이게 바로 우리의 전통 인정이다.
이 넓은 갯벌에 조개캐는 사람 하나 없더라.
아들은 오전내내 잠만 자고, 어머니는 주인집 노모와 어울려 시간을 보내느라 즐거우셨나보다. 오랜만에 떠난 가족여행이라 모두들 즐거웠던 것 같다.
애들한테도 고맙고, 어머니도 고맙고, 안식구도 고맙고.......... 이런 것이 사람사는 맛인 것 같다.
이 집을 지으면서 屋號를 樂雁齋라 이름 붙였다. 이 옥호와 같이 언제까지나 기러기처럼 가족간에 효도하고 우애하면서 그렇게 살았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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