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한 보름쯤 전이면 산밤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그러면 안식구는 일년 중 제일 신나는 계절이 된다. 나중에 지인들에게 나눠주는 재미도 좋지만, 한 알, 한 알 줍는 재미가 엄청난 모양이다.
코로나 땜에 차례도 참석하지 못하는 오늘 새벽, 사람이 또 없어졌다. 지금쯤이면 산의 밤은 다 떨어지고, 오직 한 그루 집 뒤에 있는 늦밤나무에서 떨어지는 밤만 주우면 끝이다. 그런데 이 밤이 크기가 튼실해서 줍는 재미가 제일 좋다.
우리 마을에는 4가구가 사는데, 한 가구는 아예 밤 줍는데 관심이 없고, 나머지 3가구 부인네가 재미나게 줍는데, 부옇게 먼동이 트면 경쟁적으로 나가 줍는다.
그런데, 서로 약속을 한 거 같진 않는데, 하루 이 집에서 새벽에 주우면 다음 날에는 양보하고, 좀 있다 오전에 나가 줍는 식이다.
어제 양보했으니 오늘은 내가 줍는다고 나가 그릇에 한 가득 주워왔다. 시내에 살지 않아 불편 점이 많기도 하지만, 이런 재미로 촌 생활을 한다.
4가구가 이웃 사촌이라고 서로 나누며 살아가는 모습이 옛날 어릴 때 살던 모습 그대로다. 앞으로도 쭉 이렇게 살아갔으면 싶다. 모두 건강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