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서울로 출타를 하게 되면 집에서 동두천까지 가서 거기서 전철로 목적지까지 가게 됩니다.
보통 시간이 한시간 이상 소요되는데 그 시간동안 무료하게 앉아서 졸면서 가는 것 보다 신문이나 책 한권을 들고 가는게 습관이 되었습니다.
지난 주에도 약속이 있어 서울로 가면서 역시나 책 한권 들고 갑니다.
할 이야기가 다름이 아니고,
‘김사인’의 ‘따뜻한 밥 한 그릇’이라는 책의 작은 이야기 한 개 소개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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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님의 전화가 왔다. 배추김치와 깻잎김치를 담갔는데 맛이 괜찮아서 나눠먹고 싶으니 동대구역으로 데리러 나오라고 하시기에 남편과 함께 서둘러 역으로 향했다.
역에 도착하자마자 한 할머니께서 기다렸다는 듯 껌을 사라고 자꾸만 치근거렸다.
그날따라 귀찮아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다른 곳으로 발길을 옮기는데,
그 할머니가 계속 따라붙었다. 순간 짜증이 나서, “할머니, 왜 자꾸 사람을 귀찮게 하세요” 하며 화를 내고 말았다.
잠시 뒤 기차가 도착해서 시어머님과 이런저런 안부를 나누고 있는데 그 할머니가 기회를 잡았다는 듯이 또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그 할머니를 보신 시어머니께서는 짐 보따리를 뒤적뒤적하더니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가래떡 몇 가닥을 뚝 떼어주면서,
“할머니 추운데 이것 좀 잡숴보우” 하시는 게 아닌가.
그리고 주머니에서 천 원짜리 한 장을 꺼내주시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제가 이 글을 알려드리는 것은, 우리가 초등학생도 아닌 터에 ‘다음부터는 안 그러겠습니다’ 이렇게 당장 반성문을 쓰자는 것이 아닙니다. 그게 능사도 아니고요.
다만 그 지점, 이 글 속의 나와 시어머님의 마음이 엇갈리는 지점을 우리가 가만히, 깊이 한번 들어다 봤으면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나는 누구며, 산다는 것, 살다가 간다는 것은 대체 무엇인지, 또 어떠해야 하는 것인지, 마음을 비우고 생각해보자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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낼이 어버이 날이네요. 늘 잘 모시겠지만 또 이날, 그 분들이 아직 곁에 계신다면 이 날 하루 행복하게 해 드렸으면 합니다. 뜻깊은 어버이날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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