陸象山과 陸氏五九, 그리고 閔氏五九
일반적으로 우리들은 뛰어난 행적을 남겼거나 본받을 일을 한 분들은 그의 행적을 직술하는 것과 더불어 과거 옛 선현들 중 비슷한 행적을 남긴 분들과 비교하여 서술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오우할아버지 또한 마찬가지다. 우리 할아버지의 행적을 칭송하면서 고대 중국의 많은 이들을 예를 들면서 추앙하곤 한다.
옛날 중국의 송나라 때는 학문이 꽃을 피우는 문화의 부흥기라 볼 수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주희(주자)도 그 당시의 사람이다.
조선시대에는 숭유억불의 정책의 기저에 주자가 있다.
주자의 주장은 사람은 올바른 길로 교육하고, 그 행동을 바르게 지도하여 인간다운 생활을 하게 하는 것이라 말 할 수 있다. 말하자면 주자가례가 그것이다.
그런데 그 당시, 동 시대에 陸象山이란 분이 살았다. 陸象山 또한 학문과 효도, 우애가 대단하여 당대의 모든 사람들의 칭송을 받았다.
陸象山의 주장은 주자와는 달리 인간의 심성은 원래 착하고 이 착한 심성을 더욱 곱게 닦아 모든 행동을 그에 맞게 행동하면 예에서 벗어나지 않고 사회 역시 인간적인 정이 통하는 아름다운 사회가 된다는 주장을 하였다.
두 사람은 동시대에 생존했던 사람이기 때문에 같이 만나 서로 자기의 주장으로 상대방을 설득하려 하지만 결국은 두 사람 모두 상대를 설득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런데 陸象山에게는 다섯 형제가 있었다. 모두 학문이 뛰어나고 행실이 도타워 만인들의 추앙과 칭송을 받아 세상사람들은 이들을 陸氏五九라고 하였다.
이는 오형제의 이름에 모두 아홉구 九자가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오우실기 작업을 하면서 느낀 점 가운데 가장 큰 일은 우리나라 전국의 유림이 우리 다섯 할아버지를 칭송하는 글을 썼고, 그 글의 양이 책으로 펴낸 것이 오우선생실기다.
이 글들을 번역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일은 고사에 얽혀있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알아내는 일이었다.
그런데 할아버지 돌아가신지 수백년 후인 조선 영조때 牧使 成種仁이 廟宇重修上樑文에 陸象山을 언급하였고, 고종황재 때 좌의정으로 있던 유휴조가 지은 행장에 陸氏五九란 말을 인용하였다.
그러면 陸象山, 陸氏五九란 누구를 이름인가.
여러 가지 자료를 찾으면서 참으로 재미난 사실을 발견하였다.
陸象山의 이름이 九淵이 아닌가. 아니 이게 무슨 일인가.
우리 오우정 할아버지 중 셋째분의 이름과 같은 것이 아닌가.
좀 더 찾아 들어가니 陸씨 오형제의 이름이 우리 할아버지 다섯분의 이름과 똑 같았다. 세상이 이런 일이.
추측을 해보면
부친인 진사공 할아버지(熲)가 아들이 태어날 때 마다 자녀가 陸씨의 형제와 같이 학문을 충실히 하고, 효도와 우애를 실천하면서 지내라는 일념에서 한 자녀가 태어날 때마다 이름을 붙였을 것이라고 추측해 볼 수 있다.
두 번째로 보면 나중에 다섯 자제가 태어나고 난 이후 다시 이름을 지었으리라는 것.
주자의 예법에 의하여 당시 조선이 얼마나 큰 어려움을 겪었고, 가정 파탄과 나라의 질서가 기둥체로 흔들리는 사색당파로 이어져 관직에 종사하고 있는 중 귀양은 보통이고, 사약이나 참수, 심한 경우 부관참시로 까지 이어지는 참상을 우리는 역사를 통하여 잘 알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어찌 주자가례의 폐해란 사실을 몰랐겠는가.
그러니 추측컨대
주자와는 주장이 정반대가 되는 陸象山을 본받으라는 일념으로 이름을 지은 것이 아닌가 싶다.
어쨌던 기록이 남지 않아 추측에 불과한 이야기지만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이 사실은 우리들이 참으로 관심을 가지고 살펴야 할 일인 것이다.
중국의 송나라에는 陸象山의 陸氏五九가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閔氏五九가 있다. 얼마나 자랑스런 일인가.
과거의 우리 조상에 대해 알면 알수록, 파들어가면 갈수록 점점 흥미롭고 재미있는 일이 많다. 우리 후손들은 선조의 큰 뜻을 항상 잊지 않고 처신하여 오늘날에도 가문의 자랑이 되는 사람이 되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