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야기/국내여행관련

3.11 제 1일째

eungi5 2013. 3. 12. 16:43

사실 며칠전까지만 해도 긴가민가.. 내 스스로도 진짜 가기는 가는건가... 저질러는 놨는데.....

 

안되겠다싶어 애들에게 알려 놨다. 간다고.

며칠동안 이것저것 준비하고 전날밤에 준비물을 다시 점검하고, 부피가 얼마되지 않을 것 같았는데

안식구가 싸준 속옷이 부피가 커서 배낭이 하나 탱탱하다. 무게는 별로지만.

 

아침에 5시에 일어나 이것저것 챙기고 안식구가 아침에 밥맛없다고 밥을 삶아 놨다. 그래도 반찬은 한상 가득이다. 역시 여자의 마음이란 어쩔수 없는 것 같다.

6시에 택시를 불러 중앙역까지 가서 전철로 움직이기로 했다.

6시 50분 전철을 타고 출발해서 양수리 가족묘원으로 향했다. 새벽이라 그런지 사람이 별로 없다.

급행이 뒤따라 온다고 양보하고, 회기에서 양수리행 전철을 탔을 때도 두번이다 차를 양보한다.

양수역에 도착하니 9시가 넘었다.

택시를 타고 묘원에 도착하여 고유의 말씀을 드리고 출발하였다.

 

양수역에서 부터는 남한강 자전거길이 잘 가꾸어져 있었다.

다소 쌀랑한 바람이 오히려 경쾌하다.

mp3에서 흘러나오는 비발디의 노래, 케논, 나의 조국 몰다우......  자연과 음악이 맞아 떨어지면서 분위기가 죽인다. 왠 노인(사실은 내 나이쯤 된 듯) 내외가 도보 여행을 하고 있다. 보기 참 좋다.

옛날 중앙선 철길을 자전거길로 만들어서 굴이 참 많다.

모처럼 굴길을 걷는 것도 또다른 쾌감을 느끼게 한다. 아마 굴의 수가 7-8개는 족히 되는 것 같다.

자전거 길이 텅 비었다. 도무지 사람이 없다. 자전거도 마찬가지고. 어제 일요일 라이딩하고 오늘은 모두 출근한 모양이다.

신원역, 국수역을 지나 아신역에 도착하니 12시가 넘었다. 

역 앞의 청국장 집에서 백반한그릇 먹고 잠시 쉬고 출발하였다. 양평쯤 왔을 때 체육공원에 소방차와 소방대원들이 출동해서 불 끈다로 난리다. 쓰레기를 태우다 산에 불이 옮겨 붙은 모양이다.

많이 탔다. 그러고 보니 등에 진땀이 난다.

어제 겨우내 밭에 있던 콩줄기를 다 태웠는데 불길이 한 길을 넘었었다.

많이 주의한다고 했지만 무사했기에 참 다행이다. 밤에 나와서 물을 뿌리고 잠들었는데, 아침에 나와보니 그때까지 연기가 모락모락 나고 있었다. 아이구 어쩔뻔핸나........

 

남한강변에 이어져 있는 자전거길이 보기에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일자로 쭉 조성된 길이 너무 지루하기도 하다. 그러나 아, 참 명박이가 큰 일을 했구나 싶다. 그의 아이디어가 아니었으면 이런 큰 일이 이루어지기나 했겠는가. 참으로 고마운 마음이다.

4대강 주변을 즐기는 사람이 한둘이겠는가. 참으로 마음을 풍요롭게 한다.

첫날 계획은 개군면사무소 근처에서 자기로 했다.

근데 사우나도 찜질방도 하물며 여관도 보이지 않는다.

개군면사무소에 와서 수소문해보니 다시 돌아가던지, 아니면 이포보까지 가야 여관이 있단다. 

뭐 이런 일이.

다시 돌아가기는 싫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니 멀리 이포 다리발이 보인다. 디기 멀다.

발도 아프고, 다리고 아푸고... 힘도 들고....

터덜터덜 걷고 있는데, 왠 카랜스 한 대가 앞에 와서 선다. 지나려는데 조수석 창문이 열리며

40대쯤으로 보이는 왠 부인이 어디까지 가시는지 모셔주겠단다.

이렇게 고마울데가.... 쉴 수 있는 숙소를 찾는다니까 여관이나 모텔은 근처에서 보지 못했단다.

고맙다고 인사하고 그냥 보냈다.

사람은 이런 일 때문에 살 맛이 나는 거 같다.

초면에 생전 보지 못했던 사람이 힘들어 보이는 사람에게 친절을 배푸는 것.

얼마나 살맛나는 일인가. 하루의 피로가 확 풀리는 것 같다.

 

차를 보내고 이포보를 지나 한 2km쯤 지나 물어보니 여관 한 곳이 저쪽 산 밑에 있단다. 꽤 멀다.

어쩔수 없지. 여주시 대신면 천서리.

하루저녁에 삼만원달란다. 너무 비싸다 했더니 현금이면 오천원깎아주겠단다. 냉큼 돈 주었다.

훌륭한 시설을 원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좀 심하다.

저녁은 이웃의 식당에서 내장탕을 소주한병과 먹었는데 카드를 안받는단다. 한바탕하니 밥맛이 딱이다.

촌놈들이 더하다.

 

오늘은 한 33km정도, 다리가 디기 아프다. 발도 발가락도, 다리도.

내일은 한 20km정도 해야 겠다. 

앞으로 2주일,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렇지만 즐거운 맘으로 가려고 한다. 

푹 쉬자. 오늘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