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26
원통- 속초 구간.(휴전선길 도보여행 9일차. 마지막 코스)
새벽에 출발해서 동서울에서 7시반차로 원통에 도착하니 9시 10분.
걱정했던 날씨가 잘 참아 주고 있다. 휴전선길 도보여행에 같이 참여한 담재와 마지막 미시령구간을 출발한 시간은 9시 20분.
지금까지는 평화누리길을 이용한 경우가 있었어도, 원래 내가 계획한 길을 걸었었는데, 오늘만은 평화누리길을 걷기로 했다. 원래 도보여행을 하면서 국도를 걷는 것은 참 위험하지만, 그래도 그 길이 가깝기 때문에 힘들어도 그 길을 걸었다.
그렇지만 오늘은 동반자가 있어 안전에 더욱 신경을 써야하기 때문에 평화누리길을 걸었다.
원통읍내에서 북천을 건너면서부터 오늘코스가 시작된다. 자전거 길과 같이 있기 때문이지만, 평일이니 아예 통행인이 우리들뿐이다. 평화로운 시골길, 차가 다니지 않는 길, 더군다나 동행이 있으니 대화도 나누면서 걷는 길이 참 편하다.
미시령로 걷기
한계교차로에서 좌회전해서 미시령길로 방향을 잡고 옛날 원통길로 접어든다. 미시령터널이 생기고 난 후 이용객이 별로 없는 고원통길이다.
북천의 맑은 물과 천둥소리를 내며 쏟아지는 물소리와 함께 걷는 길은 환상이다. 강가에 철망을 어떻게 넘었는지 그 속에 들어가 석축 난간에 텐트를 치고 비박하는 사람의 간 큰 행동에 탄성을 보내며 계속 걷는다.
원통에서 용대리 인공폭포까지 약20키로.
양양고속도로 개통으로 숙박업소와 식당이 거의 문을 닫았다. 문명의 또 다른 단면인가. 한쪽은 편리함으로 즐거워하고, 또 한쪽은 생활의 기반을 잃어 버리고....
만해마을을 지나고, 여초서예박물관을 지나고, 백담사 입구에 이러러 약간 늦은 점심으로 황태해장국을 먹었다. 담재는 시장했었는지 엄청 맛있다고 칭찬하면서 잘도 드신다. 난 황태 특유의 구수한 맛이 좀 모자란 듯 했었는데....
점심을 먹고 출발해서 잠시 평화누리길을 놓치기도 했다. 한 1-2키로 가는 길이었지만 옆을 지나가는 차량의 소리에 지금까지 어떻게 국도를 걸어 왔는지 끔찍하기만 하다.
미시령길 오르기
다시 길을 찾아 들어 약 2키로쯤에서 진부령 고개쪽과 갈림길에 있는 인공폭포 있는 곳에 도착. 본격적으로 미시령을 오르기 시작한다.
거리가 대략 7 - 8키로 정도. 미시령 옛길을 전체 자전거 길과 평화누리길로 지정을 해놓았는데, 차량통행도 가능해서 예상보다 상당히 많은 차량이 통행하고 있다.
휴전선길을 걸으며 높은 고개를 서너 군데 넘었는데, 이 고개가 마지막 고개 미시령이다. 기억나는 고개가 철원의 수피령고개(780미터), 평화의 댐 해산터널(740정도), 화천 오천터널, 그리고 양구 해안으로 가는 길의 돌산터널(615미터) 이다. 더운 날씨에 땀을 비오듯 흘리며 고개를 오르다가 터널을 통과할 때의 느낌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시원하였다. 특히 지나는 차량도 별로 없고.
그러나 미시령고개는 올라도 올라도 끝이 나오지 않는다. 위를 쳐다보면 구부러져 있는 위쪽의 길이 한 참이나 더 높아 기가 질리게 한다. 고개의 정상에 오르니 이승만대통령의 글씨라는 ‘彌矢嶺’이라는 글이 새겨진 돌탑이 새워져 있다. 바람이 화살처럼 지나는 고개라는 뜻일까?
높이가 826m라나. 지금까지 지난 고개 중에 제일 높다. 참으로 힘들게 올라 왔다.
미시령 전망대에서 보니 저 멀리 속초와 앞바다고 보인다. 애들이 이곳에 있을 때는 자주 왔었는데.... 정상에 도착하니 GPS상 거리가 30키로에 이른다. 여기서 속초시청까지 약 16키로. 출발시간이 늦었기 때문에 오후 7시쯤 목적지에 도착하려나....
하산하면서 메머드를 닮은 울산바위 사진도 찍고, 델피노리조트 앞을 지나니 벌써 약 40여 키로다. 둘 다 상당히 지쳤다. 평화누리길은 잼보리장으로 가기 때문에 직선길로 들어서 더 힘들었다.
어렵게 속초시내에 도착하여 택시을 타고 청초호 주변의 모텔을 찾아 들었다.
휴전선길 도보여행 마지막 코스는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샤워를 하고 나와 주변에 있는 식당을 찾았더니 옛날 애들과 같이 몇 번 들렸던 식당이다. 저녁을 맛있게 먹고 모텔에서 아주 편하게 마지막 밤을 지냈다.
아.... 힘들었던 휴전선길 도보여행.
도보 여행 마지막 코스 동반자. 譚齋선생
2013년 해파랑길 760km를 걸을 때 마지막 자신의 고향이라고 우정 서울서 내려와 이틀을 같이 동행해 준 담재께서 이번 여행 마지막 날도 동반해서 같이 걸었다. 이번 여행을 시작할 때 마지막 날쯤 같이 걷겠다고 이야기 했었지만, 실제로 날짜에 맞춰서 동참해 주었다. 고맙게도.
평소 서울 둘레길을 이 십 여회 돌 정도로 체력관리를 잘 해 온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40키로는 짧은 거리가 아니다. 지난 8일 동안은 혼자 여행을 했지만 친구가 옆에 있으니 많이 격려가 되고, 힘이 되었다.
나중에 보니 발이 온통 물집이고, 부르트고 상태가 말이 아니다. 하이고, 이런 상태로 우째 걸었을꼬... 미련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앞으로 사는 인생길도 이렇게 같이 가자. 힘들고 어려워도....
오늘의 여행
거리: 약 42키로
시간: 약 10시간
코스: 원통- 한계교차로- 만해마을- 여초서예관- 백담사 입구- 용대리 인공폭포- 미시령고개- 속초시.
경비: 차비 13900 +19000=31900.
식사비 점심 8000원, 저녁 50,000원
숙소: 50,000원.
아침: 8,000원 일계 148,900원
총계 366,9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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