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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구에서 해안까지 (휴전선길 7일차)

eungi5 2021. 8. 19. 17:50

8. 16

양구에서 해안까지

아침 첫차로 춘천으로, 다시 양구에 도착하니 930. 춘천에서 양구까지는 50분이 걸린다. 첨에 생각하지도 못했던 춘천경유 교통편의 덕을 톡톡히 보았다.

방학이라고 애들이 오는 바람에 한 20일 일정이 늦어졌다.

양구라고 하면, 군사도시로만 생각하고 접근해 보지도 못했는데, 이번에 첨 가보는 곳이다.

오늘은 양구 동면을 경유하여 해안까지 가는 코스이다거리는 약 30키로 정도 된다.

양구읍내 변두리쪽에는 공설운동장 등 각종 스포츠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다.

광복절 대체 공휴일인 관계로 테니스 등 운동하는 사람이 상당하다. 이런 시골에도 참 좋은 시설이 갖추어져 있다.

 

코스모스길.

동면쪽으로 가는 31번 국도에는 통행량도 꽤 많다. 길가에 코스모스가 잘 심어져 있는 것을 보니 옛날 생각이 난다. 애들 인솔해 길가에 꽃을 심던....

양구와 인제 쪽 길의 대부분이 코스모스길이라 나중에 꽃이 피면 엄청날 것 같다. 그 때 한 번 와보고 싶다. 동면까지 가는 길에는 많은 부분이 길옆 인도가 있어 걷기에 참 편하다. 평화누리길이 같이 연결되어 있으면 좋았을텐데...

 

점심은 막국수로.

전에 김화에서 양구까지 걷던 때, 오전 10시쯤 지나는 길에 막국수 집이 있었는데, 조금 더 가다 먹지 했다가 식당이 없어 엄청 고생한 일이 있어, 이번에는 11시쯤 마침 또 막국수 집이 있어 조금 이르더라도 식사를 하였다. 밥을 먹으면 좋았겠지만, 갈증이 심해 그래도 국물이 시원한 냉면이나 막국수를 찾게 된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맛있게 먹고 오후 길을 걸었다.

 

돌산터널 통과.

이번 여행동안 지금까지 터널을 2개 통과하였다. 평화의 댐의 해산터널과 오천터널이다. 이번이 마지막 터널이 될 돌산터널을 통과해야 한다. 그런데 길이가 자그만치 3km에 이른다. 보통 1키로에 12분 잡으니 통과하는데 한 40분쯤 걸리겠다. 이 터널이 걱정이 되어 사전에 신서방에게 부탁하여 비상점멸등을 준비했다. 최전방이라 통행량이 많지 않지만 그래도 워낙 거리가 멀다보니 이런 준비도 했다.

동면을 지나 31번 국도를 따라가다 453 지방도를 만나면 우회전하여 차츰 경가길을 오르게 된다. 수피령과 해산령을 오르느라 고생을 했더니 은근히 걱정이 되었는데, 생각보다 터널의 고도가 높지 않아 다행이었다. 터널 입구의 고도가 613미터이니 앞의 두 터널보다 백미터 이상 낮다. 느낌이 조금 올라온 것 같은데, 벌써 터널이다. 사진을 찍고 깜빡이등 켜고 출발, 가도 가도 끝 없을 것 같은 길을 걸으니, 역시 시원한 냉장고 분위기다. 물론 차가 지나가면 탱크 지나가는 소리가 나지만, 그래도 산꼭데기를 넘어가는 거 보다 약 7키로 세이브 되니 이렇게 고마울 수가. 이제 앞으로 터널을 걸어서 지나는 일은 아마 없겠지...

 

펀치볼(punch bowl)

첨에 펀치볼이란 말을 듣고 도대체 어떻게 생겼길래 권투도장의 잽을 연습하는 볼 같이 생겼다는 건지.... 했었는데, 이번에 알고 보니 과일 화채그릇 닮았다고 펀치볼이란다. ball이 아니고, bowl이란다. 돌산 터널을 지나 내려오다 보니 평평한 모습이 과연 화채그릇을 닮았다. 이곳이 과거 전쟁 때 그렇게 피아간에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곳이란다.

이곳의 이름이 해안亥安 인데, 산골 이름에 웬 해안인가 했더니, 의미가 돼지도 편하게 지내는 곳이란다. 이곳의 특산물이 시래기라는데, 지역 수입이 꽤 괜찮은 모양이다. 무를 심어 무는 버리듯하고, 무청만 따서 시래기로 말려 판매를 하는 모양이다. 지나다 보니 밭에 무가 많이 버려져 있다. 한 농부가 멀칭한 비닐을 벗기고 있는데, 지나던 사람이 무를 주워 가도 되는가 묻는다.

그렇게 시래기도 농촌 수입을 올리는 모양이다.

 

숙식.

이곳은 몇 해 전, 그러니까 문통이 대통령이 되기 전에는 민통선 안으로 이곳 주민이 아니면 허가를 받아야 통행이 가능한 곳이었다고 한다. 특히 대남, 대북 선전 방송이 시끄러울 정도 였다고 하는데, 지금은 너무 조용하여 이것이 문통의 업적 중 하나일 거 같다.

이런 오지 전방지역을 제일 걱정되는 것이 숙식이다. 이곳도 마찬가지다. 사전에 검색을 해보니 모텔, 호텔은 아예 없고, 민박만 검색이 된다. 하루 자는데 5만원. 싸지도 않다.

목적지 해안면사무소에 도착하기 전에 지나면서 보니 통화한 적이 있는 만대리농부레스토랑이 저만치 언덕에 자리 잡고 있다. 경관도 괜찮고 시설도 좋아 보인다. 나중에 이쪽으로 와야 겠다 생각하고, 목적지에 도착해 보니 다른 민박집은 너무 형편이 없고, 아까 본 숙소는 뒤로 한 2키로 가까이 돌아가야 하니 택시로 갈까하다 보니 모텔이 보인다. 반가워 들어가 보니 3만원 받는다. 그냥 하루 지나기로 하고 들었는데, 청소도 되지 않고 참으로 허술하다. 그런데로 싼 맛에 하루 쉬어야 겠다. 다음에 오면 만대리레스토랑 민박을 찾아야 겠다.

샤워를 하고 나와서 저녁 먹을 식당을 찾았는데, 의외로 식당은 여러 군데 있다. ‘농가맛집이란 식당에서 내장탕을 먹었는데, 시장한 탓인지는 몰라도 음식의 질이 괜찮은 편이다. 다음 날 아침도 일찍 문을 연다고 해서 이곳에서 먹기도 했다.

 

오늘의 여행

거리: 29.7키로

시간: 7시간.

코스: 양구버스터미널- 동면사무소- 돌산터널- 해안면 사무소

경비: 버스 춘천에서 5800

점심 막국수 8000. 모텔 30,000

저녁 12,000. 일계: 55,800원 총계 196,800

 

양구에서 백자를 많이 만든 모양.
숙원로. 통일을 말하는가...
이른 점심으로 막국수.
행정구역이름이 국토정중앙면.
곰취, 산양의 고장, 양구 동면.
터널 길이 3키로.
차가 한 대도 없다.
길을 벗어나지 마라.
말 그대로 펀치보울(화채그릇)이다.
목적지 해안주민자치센터
3만원에 하루 지낸 모텔.
내장탕과 소주 한 잔.
이 집 음식은 내가 보증한다.
양말 신은 위쪽이 빨갛게 익었다. 하도 단련이 되어 따갑지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