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침에 일어나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난로에 화목을 넣고 불을 지피는 것이다. 개인 주택에 사는 사람이면 거실에 벽난로를 마련하고, 그 앞에 흔들의자에 앉아 책이라도 읽는 모습은 하나의 로망일 것이다. 그런데 집 지을 때 마련하지 않으면 나중에 설치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수년을 생각다가 지난 12월에 화목난로를 설치했는데, 이게 참 사람 사는 맛이 나게 한다.
몇 년을 두고 별르기만 했는데, 수백만원하는 주물 난로 가격도 참 만만치 않았고, 가옥 구조상 연통구멍을 내는 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인터넷을 검색해서, 주물은 아니라도 철판으로 된 것은 가격이 비교적 싸다. 유리에 구멍을 뚫어 연통을 뽑으려고 알아보니 출장비 또한 아까운 생각이 들어 창틀을 뽑아 유리가게에 가서 구멍을 뚫으려고 창틀 뽑다가 안식구 죽일 뻔하기도 했다. 무게가 장난이 아니다. 집에 관한 웬만한 일은 손수 해왔기 때문에 덤볐다가 큰 코 다칠 뻔 했다. 지붕에 구멍을 뚫어 연통을 뽑을 생각도 했지만 역시 만만치 않은 경비 탓에 포기.
결국 창문을 조금 열고 연통을 뽑고, 나머지 공간은 나무로 막아 외풍을 막았다.
그러니 결국 난로 2십만원, 연통 등 부대비용 5만원 정도. 총 이십 오만원에 설치를 끝냈다.
연기와 목초액 누수를 막기 위해 시공을 꼼꼼하게 해야 하는데, 두 내외가 이틀에 걸쳐 낑낑 대며 공사를 해서 설치를 완벽하게 끝냈다.
주변에 널려있는 나무를 잘라서 첫 점화 가동을 시켰더니 이렇게 훌륭한 수가 없다.
집의 구조가 남향으로 남쪽이 유리창으로 되어 있어 낮 동안 햇빛이 비치면 겨울에도 오히려 더울 정도다. 그러니 아침 두 어 시간과 해 진후 잘 때까지만 난방을 하면 된다. 해보니 새벽에 한 통 불을 넣으면 되고, 저녁에도 그 만큼 해서 하루 두 통이면 난방이 끝이다.
아파트와는 달리 우리 집은 전기세만 들어가면 되는데, 한 겨울에 많을 때는 오십여만원 정도까지 나온 적이 있다. 돈도 돈이지만 그런다고 뜨뜻하지도 않으니 문제였는데, 이 문제가 단번에 해결되었다. 난방비가 이십 여만원 정도 나왔고, 화목 한통 넣으니 오히려 후끈후끈한다.
화목을 싸게 구하려고 자문도 많이 구했는데, 요즘 산의 벌목으로 참나무 등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곳이 있는데, 화목가격이 상당하다. 겨울동안 지내려면 몇 십 만원은 들거다. 가까운 후배가 이웃에 사는데, 이 친구가 사무실에 화목난로를 설치해서 사용하고 있어 알아보니 공사장 폐목재를 한 십 여만원 어치 구입하면 한겨울을 난단다. 나도 폐목재 두 자루를 십 만원에 구입해보니 이 정도면 겨울을 날 수 있을 거 같다. 알맞게 잘라 배란다 밑에 잘 쌓아 두고 사용한다.
아침에 안식구 일어나기 전에 난로에 나무 한 통 넣고 불을 붙이면 금방 후끈 해진다. 옛날 신혼 때 처가에 가면 장인께서 새벽에 소죽 끓이는 아궁이에 불 때던 생각이 문득 난다.
오늘도 서울이 영하 4도라는데, 이곳은 영하 9도. 올해부터는 겨울 추위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 같다.
덤으로 고구마까지 구워먹으니 그 구수한 맛에 한 겨울 삶의 즐거움이 한 층 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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