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야기/명산 순례

설악산- 천불동계곡, 공룡능선 등산

eungi5 2023. 10. 25.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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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 공룡능선여행

2년전부터 별려왔던 공룡능선 등산을 드디어 시작하기로 했다. 17년에 설악 대청봉을 처음 오르고, 울산바위, 토왕성폭포 등만 오르내리다 이번에 전문 산악인 김일보대장을 만나 공룡능선 등산을 하게 되었다.

희운각대피소가 수리중이어 하루에 등산을 해야 하는데, 소공원에서 출발해서 소공원으로 돌아오는 코스가 약 17키로 인데, 고도도 높아 1300미터 정도이니 하루에 등산을 하는 것은 도저히 자신이 없다. 그래서 미루다 미루다 지금까지 왔는데, 다행히 희운각이 수리를 마치고 다시 운영을 하면서 공룡능선 등산을 추진하게 된 것이다. 담재께서 104일 희운각대피소 1박을 예약하였다. 23일은 희운각에서 하루 쉬고, 24일은 속초가족호텔에서 하루 쉬고 귀가 하기로 했다. 인원은 3. 전문가 김대장과 동행한다.

 

소공원에서 희운각대피소까지

23일 아침 8시 장암역에서 만나 설악으로 출발, 설악 소공원에 도착한 시간이 11시가 조금 넘었다. 단풍객이 워낙 많다 보니 소공원 입구 3거리부터 차가 막힌다. 삼거리 주변에 주차하고, 단골 음식점에서 황태해장국을 먹고 출발하였다.

비선대는 2시 이전에 통과를 해야한다는 담재의 이야기를 듣고 출발하였다. 비선대까지는 인파가 넘쳤지만 그 이후부터는 산꾼들이 많지 않다. 곳곳에 노랗게 새빨간 단풍의 천지다. 오련폭포와 양폭의 단풍이 일품이다. 희운각대피소의 해발고도가 1100정도인데, 무너미고개쯤이 까만색 깔딱 고개다. 희운각까지 거리가 약 8키로. 5시 조금 전에 도착했다. 재 개장 1주일이 된 대피소 한마디로 호텔급이다. 보통 대피소는 침상에 가로로 한 사람이 쉴 수 있는 경계표시가 있는 정도이고, 환경이 열악하기 짝이 없는데, 이곳은 한 사람씩 쉴 수 있게 완전히 칸막이가 만들어져 있다. 난방도, 환기로 엄청 좋다. 그러지 않아도 이용하는 사람이 많은데, 앞으로 이용하기가 쉽지 않을 거 같다.

저녁 식사는 김대장이 준비해 온 우렁된장 찌개와 햇반과 두 어 가지 반찬이다. 지난 대청봉 등산때도 솜씨를 발휘했었는데, 역시 요리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절대 음주는 해서 안되는데, 비닐 패드병에 담아간 소주 한 병으로 반주를 하였다. cctv로 다 보고 있으니 절대 음주는 해서는 안된다는 방송이 몇 번 나왔지만 여기까지 와서 반주 한 잔 안할 수 있나. 카메라 쪽에 등을 대고 물 마시는 척 한 컵씩 했지. 김대장이 특별히 만들어 왔다는 커피를 한 잔 먹은 것이 쥐약(?)이 되어 그 좋은 호텔에서 밤새 한 잠도 이루지 못해 밤새 한 대 여섯 번 쯤 화장실을 들락거렸을 거다. 남들은 코를 골면서 잘만 자는데, 난 정말 한 잠도 못 이루고 하얗게 밤을 샌 하루. 내일 걱정이 태산이다.

 

10. 24

오늘이 공룡능선 정복 디데이다. 새벽 4시쯤 김대장이 벌써 아침 준비를 시작한다. 자는 척하고 있는데, 5시가 조금 넘어 밥 먹자고 깨운다. 취사장에 갔더니 벌써 준비를 다 해두었다. 오늘의 메뉴는 미역국과 햇반이다. 옆의 사람들을 보니 라면으로 떼우는 사람들도 꽤 있다. 김대장 덕분에 호강한다. 밥 먹고 나와도 밖은 깜깜하다. 개울물에 고양이 세수를 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추워 눈꼽만 떼고 말았다. 일출이 640분이니 길이 보일 때까지 한참 방에서 기다려야 했다.

620분에 대피소를 출발해서 본격적으로 공룡의 허리, 능선 정복에 나선다. 바로 앞에 신선봉이 떡 앞을 가린다. 한참을 헐떡거리며 오르니 멀리 먼동이 튼다. 해드 랜턴을 단 몇몇 사람이 벌써 신선봉 정상에 자리 잡고 있다. 일출도 일출이지만 멀리 펼쳐져 있는 공룡능선의 절경이 사람을 압도한다. 멀리 마등령고개까지 쭉 이어져 있는 기기묘묘 고봉 준령. 이 모습을 보기 위하여 이 높은 곳을 그 많은 사람들이 숨을 헐떡 거리며 오르고 있구나. 건너편에 대청과 중청, 소청, 그리고 용화장성이 눈앞에 손에 잡힐 듯이 펼쳐져 있다. 바로 저기가 사람들이 그렇게 힘들게 오르는 설악고지의 정상이다.

공룡능선 쪽으로 눈앞에 보이는 1275, 나한봉, 큰새봉, 형제봉, 1214, 범봉..... 마등령까지 이름도 알 수 없는 수많은 절경이 자리잡고 있고, 실처럼 등산로가 이어져 있다. 천불동계곡은 아래에서 바라다 보기만했는데, 이 능선은 내 발로 한발짝씩 걸으며 지난다. 평균해발고도가 1200미터 정도인데, 이 길을 오르 내리기를 5키로. 어제 무너미고개는 깔딱깔딱 급경사로 계속 오르기만 했는데 이 코스는 오르내리기의 연속이다. 짧게는 백여 돌계단을 오르내리고 많게는 몇 백개의 돌계단을 오르 내린다. 처음에는 계속 오르기만 하는 코스보다 쉽다 생각 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지난 밤에 잠을 설친 탓인지, 길이 워낙 험한 탓인지 점점 힘들어 진다. 형제봉을 지날 때 쯤 점점 힘이 들더니 마등령에 가까이 오니 이젠 기진맥진 지경이다. 하늘이 내게 딱 맞게 코스는 만들어 주신 것이리라. 같이 걷는 담재도 많이 힘들어하는 눈치다. 오래도록 협심증 약을 먹고 있는 그는 퇴직 후 서울 둘레길을 30회가 넘게 돌 정도로 건강을 챙겨왔지만 힘이 들지 않을 수 없지. 이 공룡을 오를 정도로 건강을 유지하는 것만도 그의 의지가 참으로 대단하다 하지 않으랴.

12시 가까이 되어 마등령에 도착하고, 김대장이 준비 해 온 삶은 고구마로 점심을 먹었다. 마침 이쁜 다람쥐가 옆에 와 눈망울을 굴린다. 콩알만큼 떼어 주었더니 두 발로 잡고 신나게 먹는다. 다람쥐 밥 먹는 모습으로 몸이 힘드는 것을 잊어 본다. 그리고 지금까지 걸어 온 공룡능선을 뒤돌아 본다. 참으로 멋있고 신기오묘한 자연이다. 언제 다시 와 보랴.

마등령에서 비선대까지는 3.5키로. 작년에 비선대, 금강굴을 지나 마등령 중간쯤까지 올라 봤는데, 이 길이 또 작난이 아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돌계단이 이렇게 지루할 수 없다. 2.7키로 지점을 지나면 금강굴 옆으로 하산하는 길이 된다. 어제부터 설악의 엄청난 단풍을 보았지만 금강굴옆의 단풍이 최고다. 이렇게 곱게 익을 수가 있나..... 카메라 셔터를 누르지 않을 수 없다. 비선대까지 내려올 때 쯤 다리의 힘이 다 빠졌다. 그래도 그곳부터는 평지다. 이제 살았다. 만세다. 그래도 주차장까지 3.5키로. 거기서 차 세워놓은 삼거리까지 2키로. 5.5키로를 더 걸어야 한다. 그래도 목적지가 바로 저긴데.

오늘 걸은 거리가 14키로. 8시간. 수고했다.

설악가족호텔에 도착해서 샤워하고 5시에 설악항 단골 횟집에 가서, 방어, 가자미, 광어, 성대 회를 막걸이와 함께 배가 터지게 먹는데, 인심좋은 여사장이 매운탕에 참게 2마리를 서비스로 더 넣어 준다. 그래서 단골은 좋은 것.

호텔로 돌아와 그냥 떨어져 잤다. 잠은 참 좋은 것이여.

 

후기.

1. 어떤 지인이 백두산하며 살자-백 살까지 두 발로 산에 다니자라는 말을 하더만, 몇 해 전부터 나는 ‘8080을 하자라고 한다. 팔십까지 팔백고지를 오를 수 있는 체력을 유지하자는 말이다. 칠십대 중반에 드는 이 나이에 천삼백까지 올라 십 여 키로를 걸을 수 있으니 아마 이루지 않을까 싶다. 팔십을 살던 백을 살던 나의 건강을 최대한 유지하자.

2. 희운각대피소 참 좋다. 앞으로는 희운각호텔이라 부르자.

3. 호텔에서 잠이 들지 못해 참 힘들었다. 커피 오후엔 먹지 말자.

4. 협심증 환자도 평소 꾸준히 운동하니 그 높은 산도 오른다. 건강 관리 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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