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이야기/생활이야기(2006이후-)

장닭보다는......

eungi5 2009. 6. 9. 15:53

새벽 4시가 되면 잠결중에 어렴풋이 장닭이 우는 소리를 듣는다.

힘도 좋지, 한두번 울다 마는 것이 아니고 한시간도 넘게 울어 기어이 사람을 자리에서 깨우고 말기도 하고, 그게 자장가가 되어 다시 깊이 잠이 들기도 한다.

집에서 닭 세 마리를 기르는데 장닭 한 마리와 암탉 두 마리가 있다.

그런데 장닭이 우는 소리를 들어보면 상황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다.

 

장닭이 우는 소리를 들어 보면 대략 서너가지로 나눌 수 있는 거 같다.

보통 鷄鳴이라 하여 새벽에 우는 장닭소리.

암탉을 부르는 소리.

별 의미 없이 보통 골골대며 내는 소리.

위험한 상황이 생겼을 때 내는 소리. 등....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암탉을 부르는 소리다.

 

엊거제 마당에서 우연히 보니 장닭이 엎에 와서 놀더니 갑자기 암탉 부르는 울음을 운다.

먼가 싶어 쳐다보니 나방이 한 마리를 잡아 놓으면서 다시 암탉부르는 소리를 골골댄다. 조금 떨어져 있던 암탉들이 냅다 쫒아온다. 암탉들이 잡아 놓은 나방이를 줒어 먹는다. 평소에도 그렇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재미있다 싶어, 먹고 있던 수박을 조그맣게 잘라 던져 주었더니 저는 먹지 않고 암탉에게 계속 양보하고 옆에서 지켜 보면서 의기 양양하게 골골댄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스스로 느끼면서 배우고 알아가는 것도 있겠지만 이렇게 미물의 본능적인 행동에서도 많은 것을 배우는 것 같다.

그 전에 어머니께서 ‘자식 입에 밥들어 가는 것이 제일 즐거운 일이라' 하셨는데, 가장된 자 치고 자기 가족 보호가 제일 먼저가 아닌 자가 있겠는가.

보통 약간 멍청한 친구에게 우스게로 ‘닭대가리’라고 하기도 하는 것 같다.

사람이 어떻게 닭보다 못할 수가 있겠는가.

가족 잘 챙겨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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