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동사무소를 들렸더니 아직도 에어컨이 빵빵하게 나옵디다.
그렇지만 계절은 어김없이 가을인가 봅니다.
우리 나라가 아열대기후로 바뀐다거나, 장마기가 없어지고 우기로 불러야 한다고들 합니다만 어쨌던 지난 여름 엄청 더웠고, 비도 억수로 왔습니다.
주말마다 집에 들립니다만 갈 때마다 마당과 밭에 풀이 사람을 곤혹스럽게 하곤 했습니다.
이제 날씨가 선선해지니 풀도 잘 자라지 않고, 올해 처음 열리기 시작한 감도 한 20여개 남아 참 많이 기다려집니다. 그 빠알갛게 익은 모습이 말입니다. 그냥 관상용으로 두고 보기로 했습니다만 까치님께서 그냥 두고 볼라는지.......
어릴 때, 들렸던 이발소에는 거의 빠짐없이 돼지가 그려져 있는 액자에 (家和萬事成)이라는 글귀가 있었던 것을 우리 친구들도 기억할 것 같습니다.-미장원에도 있었을 라나- 색깔도 바래고 고급스럽지도 않는 그 액자를 보면서 ‘저런 당연한 이야기를 왜 걸어 두었을까’하는 생각을 가끔씩 하곤 했습니다.
수십년이 지난 지금, 아! 그 글이 왜 이렇게 가슴에 와 닿습니까? ‘和’라는 단 한 글자가 주는 의미가 ‘저런 당연한 이야기....’였던 것이 이젠 정말 사람이 살아가는데 ‘정말 당연한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옛 선인들은 수신, 제가, 치국, 평천하를 이야기 했습니다만 스스로 노력하고 공부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는 것이고, 이웃간에 사이좋게 잘 지낸다면, 아니 가족간에 사이좋게 잘 지낸다면 그 이상 좋은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부자간의 갈등이나, 부부간의 갈등이나, 부모와 자식간의 갈등이나, 이런 갈등이 없는 가정이 어디 있겠습니까 마는 그래도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가운데 가정의 화목이 이루어진다면, 참 살맛나는 세상이 될 것 같습니다.
한때는 부모가 그렇게 미울 때가 있었고, 안식구 꼴도 보기 싫을 때도 있었고, 저 한 일은 생각지 않고 애들을 그렇게 못살게 굴기도 했던 그러한 많은 일들이 새삼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이 가을에 새삼스럽게 고마운 생각이 많이 듭니다.
스스로 제 할 일을 열심히 하고 있는 아이들이 고맙고,
멋있는 친구가 고맙고,
아름다운 향을 뽐내는 난이 고맙고,
그리고,
생각해 보니 고맙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는 것 같습니다.
'생활이야기 > 생활이야기(2006이후-)'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항상 즐겁게 살았으면.... (0) | 2007.10.04 |
---|---|
선한 마음 (0) | 2007.09.14 |
마을 단합대회 (0) | 2007.08.23 |
변하지 않는 우정 (0) | 2007.08.10 |
뿌린대로 거두리라. (0) | 2007.07.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