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이야기/생활이야기(2006이후-)

2008.1.1 신년 해맞이

eungi5 2008. 1. 1. 11:33

 

정해년 마지막 날 밤을 가족과 함께 간단한 다과를 하면서-물론 술도 조금 있었지만-가족끼리 새해 해맞이를 감악산에서 하기로 했습니다.

새벽녘까지 환담을 나누다 늦게 잠든 애들을 깨워 새벽 6시에 집을 출발했습니다.

해마다 해맞이를 감악산에서 했던 나는 하늘에 초롱초롱 빛나는 별빛을 보면서 오늘은 분명 선명한 해맞이를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감악산 입구 봉암사(동광정사) 아래 주차해 두고 네 식구가 산에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주차해 둔 차량을 보니 벌써 선발대가 많이 산에 오른 모양입니다.

처음 야간 등산을 하는 사람들이 랜턴도 없이 산을 오르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랜턴 4개로 모두 이끌고 약 50분 정도 후 정상에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다녀 온 친구들은 잘 알겠지만 감악산이 그렇게 높은 산이 아니지요.(672m)

정상에는 벌써 엄청 많은 해맞이 객들이 올라 와 새해를 맞이하는 주민들의 열기를 잘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오늘 일출이 7시 45분경이라는데 7시 30분정도에 도착하니 벌써 산신제가 시작되고 있었고,

한쪽에는 산아래 마을에서 설치해 둔 천막 4개에서 새해 떡국을 나눠주고 있었습니다.

한그릇 얻어 먹으려고 보니 줄이 얼마나 긴지 도저히 일출 전에 먹기는 틀린 일이라 포기하고 돌아서는 마음이 영 불편했습니다.

그거 한그릇 얻어 먹으려 일년을 기다렸는데.....

 

기온은 영하 15도를 가르키고 있었지만 바람이 별로 불지 않아 견딜만 했습니다.

모자를 쓰지 않고 간 우리 애의 머리는 흘러내린 땀이 얼어 붙어 머리카락이 빠당빠당했습니다.

정상에서는 인총사이에서 도저히 해맞이가 어려울 것 같아 7시 40분경 이웃 봉우리 성모상 앞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성모상 앞에는 십여명의 천주교 신자가 미사를 드리고 있었습니다.

정말 대단한 사람들입니다.

멀리 동쪽의 산위에 구름이 다소 뿌옇게 끼어 있어 이곳에서 지금까지 제대로 해맞이를 해보지 못했는데 걱정이 되었습니다.

 

잠시 후 뿌연 구름에 붉은 빛이 돌더니 금방 새해 첫 해가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주변에서는 환성과 기도소리, 그리고 카메라 셔터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해뜨는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순식간에 구름위로 얼굴을 드러냈습니다.

아, 정말 장관이었습니다. 이런 해를 구경하려고 이렇게 많은 사람이 새해 해맞이를 추위를 무럽쓰고 산을 오르는 모양입니다.

 

지난 해 팔순을 지내신 어머니의 건강을 빌었습니다.

외국에 나가있는 딸애와 아직 공부하고 있는 사내애와 우리 두 내외의 화목과 건강과 꿈을 이루기를 빌었습니다.이런 소원들이 모두 이루어지기를 다시 한 번 빌었습니다.

그리고 어머니와 몇몇 친지들에게 유선으로 새해 인사를 전했습니다.

 

시장끼를 느끼며 하산하는 길에 보니 봉암사 앞에 ‘들어 오셔서 떡국 드시고 가십시오.’ 라고 적혀 있어 사찰에 들어갔더니 스님이 반갑게 맞아 주시며 뜨끈뜬끈한 떡국을 내 놓았습니다.

육류 끼미가 전혀 들지 않은 절집의 음식은 나름대로 먹을만 했습니다.

사찰의 따뜻한 인심을 다시 한번 느끼면서 집에 돌아 왔습니다.

 

무자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다시 한번 올해 하시는 모든 일이 형통하시고, 가족 모두 건승하시기를 빌면서 새해 인사로 대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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