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불출
겨울방학을 시작한 지 벌써 한달여. 집에서 생활한지 한 열흘정도 그래도 방학이 있기에 이렇게 오래 집에서 생활할 수 있음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상경길에 당산동에 계시는 어머니를 모시고 와, 한 열흘을 지내면서 소회가 없을 수 있겠는가.
원래 안식구와 시어른들은 사이가 좋아 항상 웃음이 그치지 않고 화목한 가정 분위기가 이루어져 마음속으로 참 고맙게 생각하고 있었다. 부모님들도 우리 집에 오시는 것을 마음으로 즐겨하시는 것 같으시다.
이년전에 아버님께서 작고하시고 어머님 홀로 계시는데, 마침 내가 지방으로 근무처가 옮겨지는 바람에 모시고 싶어도, 오시고 싶어도 서로 마음 뿐. 이렇게 방학이나 되어야 모시고 오는 형편이다.
오실 때마다 포천의 신북온천에 몇 번씩 모시는데 어제는 마침 온천을 하시고 싶으시다기에 오늘 새벽 일찍 모처럼 신북온천으로 향했다. 참고로 9시 이전에 입장하는 사람은 50% 할인이 되었다. 그런데 오늘 모처럼 갔더니 부도로 문을 닫았단다. 이런 낭패가 있나.
할 수 없이 동두천의 찜질방에 고부간에 모셔드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지금 우리 나이에 벌써 어른들이 작고한 친구가 더 많을 것 같고, 생존하시더라도 연세가 팔순을 넘겼을 것이다.
이미 부모를 여읜 친구들은 아쉬움이 많아 가슴에 사무칠 것이고, 아직 모시는 친구는 몸과 마음을 다해야 할 것이다.
저녁 때 찜질방에서 모시고 오는데 자꾸 주머니에 배추이파리 몇장을 찔러 넣으신다. 오늘 집에 가서 삼겹살 구워 먹자신다. 아직 치아가 건강하셔서 오도독뼈를 정말 오도독, 오도독 깨물어 드신다.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얼마전에 친구들에게 한 말인데, 다정하게 마주앉아 나물 다듬어면서, 고부간에 깔깔 웃으면서 대화하며 화목하게 지내는 모습. 이보다 더 아름다운 모습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난 참 행운이 대단한 사람인 것 같다.
그래서 팔불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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