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논에 물 들어가는 거하고...
일전에 집안 조카가 대학을 졸업했습니다.
제법 비싼 레스토랑에 가서 밥을 먹었는데, 어른들이야 먹어 봐야 얼마나 먹겠습니까.
그런데 조카 또래의 사촌 몇몇이 음식을 먹기 시작하는데 꼭 명줄 띠 놓고 먹는 것 같았습니다. 작게 먹는 애가 대여섯번 정도, 끝까지 먹는 애는 열 번을 넘겼습니다. 이놈들 본전 생각난다고 끝까지 먹어대는 모습을 보면서 옛날 생각이 났습니다.
우리가 그 나이 때 생활이 풍족한 사람이 몇이나 됐겠습니까 마는 당시 우리들의 밥 먹은 모습은 마치 속에 거지가 몇이나 들었을 정도 였습니다.
저러다 탈나지 않을까 해서 걱정도 되었지만 한참을 웃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같이 가셨던 어머니 말씀.
마른 논에 물 들어가는 거하고, 자슥 입에 밥 들어가는 거가 제일 보기 좋고 즐거운 모습이니라.
밖에 눈이 수북이 쌓였습니다.
양주의 낙안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