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나의 생각

타박타박 걸어서 천리길 가는 것처럼.

eungi5 2013. 4. 29. 23:23

 

고향길 도보여행한지 한 달여 지났다.

그런데 벌써 몇 년은 지난 것같이 아득하게 느껴진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한걸음 한걸음이 참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

걸으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렇게 한 걸음 한 걸음 걸어서 고향까지 가기는 가는걸까 하고.

기껏해야 몇 십센티미터로 걸어 진짜 천리길을 가는걸까.

가끔씩 그런 생각을 하면서 길을 걸으면서

제일 신경을 많이 쓰는 것은 길거리의 1km마다 나타나는 화살표 이정표다.

 

 

(여주 자전거길 이정표)

타박 타박 걷다보니 십여분이 지나면 어느 새 새로운 이정표가 또 나타난다.

이 당시는 오로지 이 이정표만 생각하면서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득 생각나는 것이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금언이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다.

 

처음 이 일을 시작하면서부터 포기라는 것은 생각지도 않았지만,

첫날부터 과욕으로 30km를 넘게 걸으면서 발에 물집이 잡히고, 발톱에 핏멍이 들었다.

둘째 날은 도저히 20km 이상을 걸을 수가 없어 중간에 쉴 수 밖에 없었다.

다음 날부터 길을 걸으며 무엇을 생각하고, 의미를 따지고 어쩌구 하는 것 자체가 사치스러운 일이었다.

오로지 관심은 길을 걸어야 한다는 것, 길을 줄여가는 것 뿐이었다.

그 때의 생각이 ‘아 이렇게 타박 타박 걸어서 진짜 고향까지 갈 수 있는 것일까.’하는 것이었다.

보통 사람들은 쉽게 말한다.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틀림없는 말이다.

그러나 이 쉽지 않은 과정을 성실히 수행한 사람은 큰 일을 이룬다.

우물도 한 우물을 파라고, 한가지 일을 십년 이십년 실천한 사람은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 남들의 존경과 대접을 받는 것이다.

 

13일간의 여행을 마치고 나서 특히 생각이 나는 것은

세계적인 비즈니스 작가인 말콤 글래드웰이 주장한 1만시간의 법칙이다.

지금 내 나이 육십넷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이 나이에 새로 무엇을 하겐냐 하지만,

앞으로 내게 주어진 시간은 80정도 까지 산다고 생각하면 약 15년 정도.

만약 지금 의술의 추세라면 90정도는 살 거다. 그러면 앞으로 25년여.

야, 이 긴 시간동안 집중한다면 무엇을 못이루겠는가.

말콤은 하루 3시간씩 10년이면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앞으로 사는 동안 두 세가지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것.

꼭 그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몇 가지 생각을 가지고 이미 실천을 하고 있다.

사실 아침에 일어나서 밤에 잠들 때까지 하루가 왜 이렇게 짧은지, 시간에 왜 이렇게 잘 가는지 퇴임 후에는 더욱 시간이 잘 가는 것 같다.

 

하루하루 생활이 참 재미나다.

할 일도 참 많다. 너무나 많다. 그러나 다 할 수는 없는 것.

그 중에 몇 가지 골라 정말 뜻있고 재미난 일을 골라 함 신나게 해 보려고 한다.

마치 천리길을 타박타박 걸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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