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서방네가 이사를 갔다.
그러니까 3월부터 신서방은 교육 들어가고 애들 세식구하고 두 내외가 한집에서 생활한지 석달 반 만이다.
교육을 마치고 난 다음 발령이 난 곳이 요즘 한창 떠들썩한 임병장의 부대 동해안 최전방 22사단이다.
병과가 포병이라 근무하는 곳은 GOP는 아니지만 여하튼 최전방이란다.
부대가 어수선하여 사택 배정이 늦는 바람에 이제야 이사를 했다.
고성군 적왕면 오호리. 첨 들어보는 곳이다.
집에서 230km 정도 서너시간 거리다.
애들을 데리고 온식구가 짐 싣고 가보니
어랍쇼. 좁긴 하지만 생각보단 훨씬 낫다.
하룻밤을 자고 오려고 민박을 하나 구해 놓으라 했는데
두 내외 집에서 자도 되겠다.
집 바로 앞이 송지호해수욕장이다. 가원이 아토피가 있는데 참 잘됐다. 몇 년 있으면 아마 다 낫지 않겠나 싶다.
그리고 오호리 선착장도 있고. 새벽에 나가면 생선을 구할 수 있을라나 모르겠다.
주위 환경이 이 정도면 아무 걱정없이 생활 할 수 있겠다.
점심으로 물회를 먹고, 오후에는 해수욕을 하였다.
어른들이야 그렇지만 가원이 땜에 마음이 급하다.
물속에서 놀다보니 옆사람들이 조개를 줍고 있다.에미에게 가원이 맡기고 셋이서 조개 잡기에 푹 빠졌다. 아마 한 됫박넘게 잡았을 거다. 이웃에 산다는 목사님 가족들이 한 개씩 줒어 보탠다. 목사님 딸 나현이가 앞으로 연서의 좋은 친구가 될 것 같다.
저녁식사는 항구의 횟집으로 갔다.
이곳에서 잡아 바로 회를 뜬 것이라 참 쫄깃쫄깃한 것이 처음 먹어보는 맛이다. 광어, 복에다 세꼬시까지 곁들이니 배부르게 잘 먹었다.
다음날은 아침 일출을 본다고 4시 40분경에 집을 나왔다. 등대앞쪽에서 일출을 보며 얘들의 앞날에 큰 어려움 없이 잘 살았으면 하고 빌어보기도 했다.
어제 잡은 조개로 조갯국을 끓여 먹고 낚시질을 나갔다.
애들은 에미와 모래찜질하고, 우리는 낚시를 하는데, 가만히 보니 동해의 에매랄드빛 물속에 해초가 가득하다.
안식구 회가 동해 물속에 들어가 다시마를 잔뜩 땄다.
낚시는 허탕이고 다시마는 풍년이다.
애들이 화상입을까 걱정되어 집에 들어오면서 막국수를 먹었는데 동치미 막국수가 맛이 끝내준다.
4시가 좀 넘어 집으로 출발을 하는데 문제는 그때부터다.
애들이 할미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 하니 잠 재워놓고 떠나려고 했는데, 오늘 따라 애들이 잘 생각을 안한다.
그냥 떠났다가는 또 난리가 날게 뻔한데, 아니나 다를까 차를 출발시키니 연서가 할매 부르며 난리를 친다.
이 놈들이 저희가 떠날 땐 빠이빠이하고 잘 가는데,
우리가 가면 생 난리를 친다.
언젠가는 치러야 할 일. 눈깜고 달렸다.
두어 시간 후 연락이 왔는데 그때까지도 우는 소리가 수화기에 울린다.
참 정이란 게 무언지.
집에 오니 8시. 적막하다.
할아버지, 까까 주세요.
할아버지, 안아 주세요.
할아버지, 미안해요.
두 녀석이 막 문을 열고 들어 올 것만 같다.
저녁을 먹으면서 소주 한 잔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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