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이 보고싶기도 하고, 조개도 잡아야겠고, 설악산 등산도 한번 해 봐야겠고,
고성으로 출발했다.
연서는 배가 아파 학교 결석해서 집에 있었고, 가원이는 어린이 집에서 오수를 즐기고 있는 것을 데리고 나왔다.
아직 학교가 방학을 하지 않아서인지 해수욕장에는 피서객이 많지를 않다.
오호리가 앞바다가 좋은 건 조개가 많다는 것이다.
연서는 벌써 조개잡이 노하우를 깨쳤다.
발로 살살 헤집어 보면 발에 걸린다고....가족끼리 모시조개(?)를 좀 잡았다.
사위가 늦게온다는 바람에 고기를 사와서 콘도 바베큐장에서 숯불로 구워먹었다.
막걸리 두병하고,
내가 많이 피곤했는지 방에 와서 그냥 푹잤다.
다음 날은 설악산 등산을 하기로 했다.
사실 1000m가 넘는 고지는 한번도 밟아본 적이 없어 그동안 시도도 하지 않았는데,
이천리도 걷는 사람이..... 하는 생각에 도전하기로 했다.
지난 화요일 윤태 전회장님에게서 설악등산에 대한 노하우를 전수받은 바도 큰 역할을 했고......
새벽에 딸이 운전해서 오색 입구까지 왔는데, 아침 5시에 콘도에서 출발해서 오색입구에 도착하니 6시. 차 보내고 바로 출발했다.
뭐 혼자 다니는 길이 이젠 습관이 되서 그런지 출발하는 기분은 참 좋다.
출발부터 경사가 장난이 아니다. 얼마 가지도 않았는데,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다.
숨은 턱까지 차 오르고....
보폭은 줄이고, 천천히 쉬지 않고 올라가는 것이 등산을 잘하는 기본이다.
조금씩 쉬지 않고 계속 걸었다.
이런 거를 힘들다 하면 세상에 힘들지 않은 일이 어디있겠는가.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기온은 견딜만 하고, 제법 산바람도 불어오니 오르는 길에 많은 도움이 된다.
언뜻
담배 냄새가 난다......
조금 올라가니 등산객 한 사람이 있다. 그 담배맛 참 좋았겠다.
인사를 하고 자연스럽게 동행이 되었다.
포천에서 지난 밤 늦게 왔다는 이 사람은 20년전쯤 중풍을 맞아 왼쪽을 잘 못 쓴다면서도
얼른 봐서는 신체 장애가 있는 지 잘 모르겠다.
오색코스는 대략 3부분 정도로 나누어 지는 것 같다.
처음 1.6km는 제법 경사가 세고, 두번째 1.2km는 트래킹 코스 정도.
나머지 코스는 처음과 마찬가지로 제법 세다.
한 500m 정도 남겨 놓고는 걷기에 적당하다.
눈앞이 대청봉이다.
이렇게 쉬운 설악등산을 왜 지금까지 하지 않았을까.
어린애도 할 수 있을 정도다.
평소에 주중에는 늘 이런지 사람도 별로 없어 호젖한 것이 참 좋고,
온통 다람쥐 천국이다. 별로 겁도 내지 않고.
비가 가끔 내려 그런지 물소리가 천둥소리다. 전혀 오염되지 않았을 계곡물을 빈 패트병에 받아
맛있게 먹었다. 물은 작은 병 두개를 준비 했는데, 은근히 걱정을 했지만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
대청을 지나 소청에서 점심을 먹었다. 11시도 전인데 엄청 시장하다.
보통 식사는 시간이 되어 습관적으로 먹는데, 이렇게 시장기를 느껴서 먹는 밥맛을 느끼는 것이 얼마만인가.
안식구가 새벽에 싸 준 주먹밥과 열무김치를 허겁지겁, 양도 엄청 먹었다.
너무 짜게 먹어 나중에 물 먹느라 힘들기도 했지만.....
조금 내려오니 말로만 듣던 천불동계곡이다. 참으로 장관이다.
중국에 장가계가 있다면 우리나라엔 천불동계곡이 있구나.
비취빛 계곡물과, 형형색색 바위의 모양과, 깍아지른 절벽...
그 사이에 만든 등산로.... 이 모든 것이 놀라게 만든다. 혼자보기 너무 아깝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다 본 것을 나만 이제 보는 것이겠지만....
겁도 없이 운동화를 신고 산행을 했더니 발가락 통증이 장난이 아니다.
천불동 계곡에서 계곡물에 잠깐 발을 담갔는데, 비선대를 지나오니 도저히 발이 아파 다시 발을 담갔다.
그랬더니 글쎄 쉬리 떼가 수백마리가 몰려들어 발을 뜯지 뭐야.
저희들은 먹을거리가 생겨서 좋았을거고, 나는 고기가 톡톡 쪼는게 얼마나 시원한지.
그래서 자연이 이렇게 좋은건가.
참 좋은 추억거리가 또 한가지 생겼다.
(오늘의 등산코스 정리)
오색- 대청봉 5km 3시간 40분
정상에서 휴식과 점심식사 1시간 10분
대청에서 설악동 11km 5시간 정도
총 16km 10시간.
첫째 날, 모래백사장에서 애들과 함께.
오리 훈제 고기와 삼겹살로 실컷먹었다.
날 데려놓고 한 컷.
대청봉 100m 남겨놓은 지점의 이정표.
등산객이 너무 없어 신혼부부가 없었으면 인정샷도 못할 뻔.
6시부터 걸었더니 11시도 되기전에 엄청 시장하다.
집에서 싸 온 주먹밥과 열무김치를 짠것을 시장한 김에 엄청 맛있게 먹었더니
내려오는 내내 물 먹느라 혼났다.
수백마리 쉬리 떼가 발에 달려든다. 엄청 시원하다.
등산을 마치고 애들이 예약해둔 참치 횟집에서 가족과 함께 저녁 식사를 했다.
신서방은 또 빠지고.
에필로그
정상에서 애들에게 문자를 보내려니 액정화면이 잘 보이지 않는다.
대략쓰고 전송을 한다고 한 것이 뭐 이상하게 눌려진 모양이다. 몇 번 이거저거 누르기는 했지.
전송이 되지 않는다. 또 뭐가 잘못된 모양이다 라고 생각하고 하산했는데,
비선대 가까이 오니 핸드폰이 터지는 소리가 난다.
''아까 전송안된 메시지가 이제 가는 구나'' 했는데,
어럅쇼, 고성경찰서에서 전화가 왔다. 지금 내가 행방불명이 되어 수색대가 출동을 했다나 뭐라나..
이게 뭔 일?
이야기를 들어보니 대청에서 보낸다고 보낸 문자가 잘못눌러져 ''긴급''이라는 문자가 딸한테 간 모양이다.
애가 놀래가지고 나 한테 연락하니 꺼져있다지 당황해서 119에 신고를 한 모양이다.
고성경찰서, 속초경찰서, 공원 관리자들.... 딸, 사위, 안식구, 모두 걱정에 걱정....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야, 내가 이렇게 씩씩하게 잘 내려가고 있는데,
경찰한테 출동하지 말라고,
경찰은 정말 내가 맞냐고, 아무 일 없냐고.. 그렇다고...
그럼 출동안해도 되냐고.... 그렇다고....
알았다고, 따님에게 전화해 드리라고.
핸드폰 잘 못 만진 덕에 졸지에 설악산 주변의 유명인사가 되어 중앙 메스컴까지 탈 뻔 했잖아. ㅎㅎ
집에 와서 가족들과 실컷 웃었다는 말씀.
핸드폰 함부로 만지지 맙시다.
애들아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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