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악산 등산
지난 번 설악등산을 한 후, 엉뚱하게 생각이 튄다.
우리나라 100대 명산을 둘러보는 게 어떨까....
하기야 1700m가 넘는 설악을 크게 힘들지 않게 올랐으니 생각이 미치는 것도 무리는 아닐 듯.
그래서 인터넷을 뒤져 100대 명산을 조사를 하고, 우선 경기도에 있는 산부터 둘러보기로 했다. 가만히 보니 벌써 다녀 온 산이 여럿이다. 한 이년이면 해내지 않을까 싶다.
나같은 백수가 주말에 다닐 필요는 없는 것이고, 수, 목요일 쯤 매주 다니면 될 성 싶다.
오늘 첫 번째로 등산한 산이 경기도 제일봉인 화악산이다. 이 산도 높이가 1440이 넘는다. 혼자가기 뭐해서 안식구와 동행하기로 했다. 멋도 모르고 따라 왔다가 엄청 고생을 하셨다. 타박도 많이 당하고.
새벽 4시에 일어나 주먹밥을 싸고 5시가 조금 넘어 승용차로 출발했다. 거리가 90km남짓. 국도로 달리니 1시간 반정도에 조무락입구에 도착했다.
조무락이라는 마을 이름, 鳥舞樂 새가 즐겁게 춤추는 마을. 마을 이름이 참 좋다.
조무락마을 입구의 삼팔교에서 7시경 출발했는데, 근자에 비가 많이 와서 그런지 수량이 제법 많고, 우당탕탕 계곡물 흐르는 소리에 더위가 저절로 물러난다. 특히 물빛이 완전 옥빛이다.
석룡산(1155m)과 갈라지는 곳까지는 입구에서 약 4km정도인데, 여기까지는 경사도 완만하고 거의 산책코스 정도이다. 그런데 여기부터 중봉 정상까지 약 2.5km는 경사가 엄청나다.
휴가철이라 콘도나 펜션에 사람이 많았지만 등산을 하는 사람은 없다. 참 한적한 것이 좋다. 곳곳에 돼지가 파놓은 발자국을 보면서 갑자기 이 녀석들이 나타나면 어쩌나.... 하면서 산을 오른다.
안식구가 집 텃밭에서 오이와 토마토을 한 주머니 따와 먹으면서 오르니 시장끼도 면하고 등산길이 부드럽다.
그런데 급경사에다 이정표도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아서 안식구가 많이 힘들어했다. 어떻게 이렇게 높은 산으로 데리고 올 수 있느냐는 등......
심한 경사길 2.5km는 정말 장난이 아니다. 이 길을 오르는데 2시간 이상 걸렸다.
중봉 정상에 도착하니 11시경. 점심으로 싸 같 주먹밥을 먹었다.
중봉이라는 이름의 유래가 궁금했었는데, 화악산이 우리나라의 경도, 위도로 보아 딱 중심이란다. 그래서 중봉. 1446.1m.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생각도 안해 본 높이다.
사방이 안개가 끼어 도무지 아무것도 볼 수가 없다. 날씨가 좋으면 춘천까지 보인다는데.
바로 옆에 초소에 군인 두사람이 근무를 서고 있고, 포크레인 중장비가 어떻게 이 높은 곳에 올라 왔는지 작업을 하고 있다.
정상에 우리보다 부자로 보이는 두사람이 먼저 와 있다. 일산 사는데 어제 저녁에 가평 와서 자고 새벽에 올랐단다. 부탁해서 인정사진 찍고.
올라가는 거 보다 내려오는 게 더 힘들다고, 안식구 보행상태가 장난이 아니다.
속도가 느린 거야 어쩔 수 없지만, 제대로 걷지를 못한다. 아무래도 내가 너무 무리를 한 거 같다. 내려 오다 미끄러지기도 하고.....
몇 번 쉬면서 입구까지 내려오니 오후 3시가 넘었다. 무려 8시간 산행. 집에 가면 엄청 혼....
한 열흘전에 설악을 밟고, 화악산을 다녀 오니 100대 명산에 대한 자신감이 생긴다.
조심해서 차근차근 한 고지씩 밟아 보아야 겠다.
오늘의 등산.
삼팔교에서 중봉 정상까지 6.5km. 왕복 13km.
8시간 소요.
중봉 정상 1446.1m
물이 이렇게 맑을 수가....
여기서 부터 이정표 엉터리.
시원하게 내리 쏟는 폭포수
중동까지 거리가 지워져 있다. 엉터리여서 그런지.
거의 다왔다. 중봉정상.
산나리 예쁜 모습.
온 몸이 흠뻑 젖어 시원하게 머리감고.
에필로그
하산 하는 길에 우리가 앞에 서고, 먼저 온 부자가 뒤에서 내려 왔는데, 아들이 넘어진 모양이다. 어떠냐 물어보니, 괜찮다고.
조금 내려오다 잠시 쉬면서 뒤에 내려오는 사람에게 다치지 않았느냐니 손을 보여주는데, 상처가 여러 군데가 났다. 늘 가지고 다니는 상비약을 꺼내 연고와 1회용 반창고를 붙여 주었다. 비 온 뒤라 그런지 산이 습해서 미끄러지기 십상이다.
참 조심해야 겠다.
그리고 기본적인 상비약, 항상 가지고 다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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