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이야기/생활이야기(2006이후-)

할머니와 사탕

eungi5 2010. 5. 3. 15:06

 

할머니와 사탕

 

우리 학교 정문 앞 횡단보도는 등하교 시간에는 말 그대로 비상이다. 학생수가 천여명이 넘다보니 아침 여덟시부터 30분까지는 애들이 쏟아져 들어온다. 학교선생님들은 말할 것도 없고, 녹색어머니회원, 경찰, 모범기사, 거기다 희망 근로자 할아버지, 할머니 등이 쫙 깔려 학생들의 교통사고를 방지하기 위하여 활동을 벌인다. 모두 봉사활동의 차원에서 활동을 하고 있지만, 희망 근로의 차원에서 약간의 수당(월 십여만원 정도)을 받고 활동하는 사람들이 할아버지, 할머니들이다.

보통 보면 노인들은 어린 아이들을 매우 좋아하는데, 요즘 아이들이 얼마나 이쁘고 귀여운가. 하나 아니면 둘 정도만 낳고, 그 아이들을 위해 온 정성을 다 쏟는 사람이 요즘 부모들이다. 하기야 요즘 나부터 애들이 그렇게 이쁜데 나이 더 드신 분들은 훨씬 더하겠지.

그 중 키가 자그마한 할머니 한 분이있다. 올 해 처음 교통봉사를 하는 분인데 참 재미있다. 이미 손자손녀가 다커서 대학을 다닌다나. 그런데 이 할머니가 시간이 많아 뭐든지 해보려고 행정기관에 신청을 했더니 차출이 됐단다. 새벽 잠이 없으니 일거리 생겨 좋고, 거기다 돈까지 준다니 금상첨화다.

그런데 활동을 해보니 이게 여간 재민는 것이 아니다. 애들을 교통사고로부터 보호한다는 것만 해도 뜻이 있는 일인데, 애들이 그렇게 이쁘게 인사를 잘한다. 우리가 생활하면서 보면 주는 거 없이 미운 놈이 있고, 받는 것 없이 이쁜 놈도 있다. 애들이 그렇게 인사를 잘하니 노인네가 엄청 이뻤던 모양이다.

며칠 뒤부터 이 할머니가 주머니에 사탕을 넣어가지고 와서 인사를 잘하는 애들에게 나누어 준단다.

아침에 수고하는 분들에게 인사할 겸해서 나가는데 이 노인네 엄청 즐거워보인다. 슬그머니 옆에 가서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애들 사탕나누어 준 이야기를 하신다.

참 즐겁고 좋단다. 나 자신도 그렇게 생활하려고 힘쓰지만 주변에 아름다운 모습을 많이 보고, 즐겁게 생활하는 거. 건강한 생활의 지름길일 것 같다.

날씨가 우중충하다.

이런 날씨에도 우리 친구들 늘 건강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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