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약한사발
사람이 처한 환경이나 처지에 따라 모든 사람의 생활이 달라 질 수 밖에 없지만, 어려운 처지에서도 꿋꿋이 이겨내는 이야기를 접하면 항상 잔잔한 감동을 받게 됩니다.
지난 토요일, 그러한 이야기를 우연히 TV를 통해 보았습니다.
하반신 마비의 한 노인(62세)의 이야기.
두 손으로만 농사짓고, 절벽을 기어올라 산에서 나무해서 고추 건조방에 불때고,
집안일까지 혼자서 해결하는 그 노인은 월남전에 참전하고, 귀국하여 탄광에서 일하다 낙반 사고로 허리를 심하게 다쳐 하반신 마비가 되었다고 합니다.
노인의 자당은 일찍 돌아가시고 부친과 함께 생활하는데, 하반신 마비인 사람에게 시집오는 사람이 있었겠습니까?
父子만이 살아가는데, 놀라운 것은 팔십대 중반의 그 부친은 앞을 보지 못하는 장님이었습니다.
첫 새벽에 일어나 아침 준비를 하고, 부친께 진지를 드리고 난 다음, 경운기 타고 들에 나가 역시 두 손만으로 고추를 수확하며 밭일을 하고, 점심 때가 되면 불이나케 집으로 돌아 와, 기다리는 아버지께 점심을 차려드리고, 다시 오후에 들에 나가 일 보고, 저녁 때 집에 돌아와서 집안 일을 돌보는 그러한 사람의 삶을 보았습니다.
주변에서 생활을 비관하는 사람을 많이 보게 되는데, 어떤 사람이 이 노인보다 더 어려운 경우가 있겠습니까?
다리에 뼈 말고 근육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그 노인은 자나깨나 아버지를 위한 일을 제일로 하고,
그 노부친 또한 스스로 자식의 일을 도울 수 없는 것을 한탄하며 자식 걱정이 떠날 날이 없는 두 사람을 보면서 굳이 자식사랑이나, 효도라는 말을 꺼낼 필요도 없을 것 같습니다.
바로 우리 생활의 귀감이요, 보석같은 인생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직 어머니를 모시고 있는 사람으로서 참으로 부끄러운 마음을 금하지 못합니다.
오늘 보약 한사발 마시고, 가슴에 보석을 가득히 안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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