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이야기/생활이야기(2006이후-)

비 온 새벽의 스케치

eungi5 2008. 8. 14. 15:08

비 온 새벽의 스케치

어저께 내린 비로 더위가 한풀 꺾여 금방 언제 그랬냐는 듯이 선선한 날로 변했다.

그래도 땡볕은 아직도 마찬가지지만.

  더위를 피해 보겠다고 사람들은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피서를 했지만, 더위를 피하는 방법은 더위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삼매경에 빠지는 것이 제일인 것 같았다.

옌날에는 독서삼매라 하여 책읽는 사람이 많더만, 요즘 그런 사람은 보기 어려운 거 같고, 다행히 올림픽이 있어 최민호나 박태환 같은 우리 대한의 아들들을 보면서 환희와 박수를 보내면서 더위를 잊을 수 있으니 참 다행인거 같다.

그러나 이렇게 외부에서 주어지는 피서법보다 나 스스로 그 방법을 개발하여 더위를 잊는 노하우를 한가지씩은 가지고 있어야 할 거 같다.

참으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더위까지 잊는다면 그거야 말로 일석이조가 아닐까.

 

  촌에 사는 사람이면 누구나 느끼지만 요즘은 풀(잡초)가 지천이다.

넓지도 않는 마당과 밭에 왠 잡초가 그렇게 많이 나는지, 이 때가 되면 참 힘드는 시기다.

아침 5시에 일어나 체조 조금하고, 동산에 해가 오를 때까지 풀을 뽑으면 한 두어 시간 정도.

 

  택도 없다. 그렇다고 조급해 할 거 무어인나. 미생물 제재를 사용한 고추가 올해는 지금까지 전혀 병이 없이 탐스럽게 열렸다.

따고 싶긴 하지만 출타한 안식구에게 그 즐거움을 넘기고 보는 것만으로 만족하고.

감자 수확한 이랑에 풀이 허리까지 오는 거를 전부 뽑고 김장 채소 뿌릴 채비가 다 됐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으니 나중에는 온통 구멍이 숭숭.

벌레가 다 먹고, 사람 먹을 거는 조금밖에 안되지만 그래도 참 재미가 있다. 오이, 토마토, 옥수수, 들깨, 고구마 등등 날씨가 덥긴 했어도 자라나는 거 보면 생명의 신비로움과 자연의 후덕함에 놀라울 따름이다.

인간 농사가 이러면 별로 재미없겠지? 속 썩이는 놈이 나중에 효자 된다잖아ㅎㅎㅎㅎㅎ.....

  지금까지 마당에 줄 매는 것이 마음에 걸려 빨래줄 없이 이동식 빨래 건조대를 사용했는데, 안식구가 많이 불편해 해서 이번 기회에 마침 집에서 휴가 보내는 솜씨 좋은 정수를 불러 공구리까지 해서 줄을 묶었다. 아마 안식구가 돌아오면 엄청 좋아하리라.

 

  오늘은 윗집 사는 친구가 올라가면서 밤 호박 수확했다고 여나믄개 내려 놓고 간다. 이런 재미로 날은 더워도, 힘은 들어도 촌에서 사는 거 같다. 다리는 온통 모기한테 물려 퉁퉁 부어있어도 말이다.

  지난 밤에 내린 비로 공기가 참 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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