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학급의 작은(?) 학교에 있다가 32학급짜리에 와서 보낸 한 달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정신이 하나도 없다.
직원들 얼굴과 이름을 매치시키는 거, 나도 옛날에는 한머리했는데(?) 겨우 이제야 직원들의 얼굴을 기억하게 되었다.
오산에서는 온 직원이 한 가족같이 아침마다 젊은 친구들 출근하면 ‘00야, 밤 묵고 완나’ 이 한마디에 직원들이 즐겁게 하루를 시작한다고 했는데, 교무실을 넓이가 교실 4개씩이나 되는 이곳에서는 아무래도 그러한 분위기가 아직은 아닌 거 같다.
집에서 학교까지의 거리가 약 10km 정도 되는데, 가능하면 승용차를 이용하지 않고, 평소에는 자전거로 출퇴근하고, 날씨가 여의치 않으면 버스로 다니는데, 자전거로는 약 40분 정도, 버스를 타고 중간까지 와서 걸으면 그것도 40분정도.
주말마다 별장(?)에 왔다가 일요일 오후면 다시 임지로 내려가야 했는데, 거기다가 아롱이를 혼자 둘 수 없어 실고 다니면 이 녀석이 한 동안 멀미를 해서 차안이 온통 엉망이 되곤했다.
집에 오면 풀과의 전쟁으로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게 지내다가 이젠 안식구와 아롱이가 제일 살판이 난 것 같다.
주말에 경부고속도로가 정체되는 이야기를 들으면, ‘지금쯤 나도 저 곳에 있었을텐데....’ 그동안 생활했던 것이 주마등처럼 스치기도 한다.
오산으로 가면서 없애버렸던 토종닭을 다시 기르기 시작했는데, 그 중에 장닭이 역시 새벽4시면 어김없이 목이 터져라 잠을 깨운다.
그 소리가 또 그렇게 듣기가 좋다.
요즘은 날이 새면 우선 나가서 닭모이 주고, 늦밤이 떨어지는 집 뒤의 밤나무 밑에 가서 한 줌 알밤을 줍고, 그리고 밥 먹고 자전거로 역시 출근한다.
그 전에는 그냥 100m 만 달려도 숨이 턱에 까지 차 올랐는데, 한 20년 전에 자전거로 출퇴근을 했더니 전후반 80분 축구를 풀로 뛰어도 견딜만 했었는데, 모르겠다.
지금도 그렇게 될 수 있을런지.
지금 근무하는 학교가 종이지(紙), 살구나무행(杏) 지행초등학교이다.
전철 의정부를 지나 지행역에서 가까워서 직원 대부분이 출퇴근을 한다.
이 학교도 역시 젊은 친구들이 많아 학교 분위기가 참 좋다.
내가 아직 이렇게 젊은 것은 이런 분위기 탓이리라.
우리 직원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고, 더군다나 내 스스로 즐겁게 생활한다면 그게 최고라고 생각한다. 아마 이곳의 분위기도 곧 그렇게 되리라 믿는다.
오늘따라 오산의 그 예쁜 친구들이 눈앞에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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