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우정할아버지/오우선생실기

後 識 - 孫鍾泰 1870

eungi5 2012. 8. 30. 17:19

 

後 識

 

尙論1之士 於先賢出處 當覰其心跡之隱 觀其所遇之世 東京黨錮之作2 獨徐孺子3斂跡4磨鏡 隱而不現 超然名漏於党籍之中 豈其人品之高 不若范56諸賢而然耶

엿볼처,錮땜질할고,孺젖먹이유,斂거둘렴,超넘을초,品물건품,范풀이름범

후지

선비에 대하여 말할 때, 선현이 세상에 나설 때 그 마음씀의 은밀함을 살피고, 그가 지냈던 세태를 감안함이 마땅하다. 동경의 당화가 일어날 적에 서유자는 홀로 자취를 숨기고 학문을 연마하면서, 숨고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하여 이름이 당적안에 빠졌는데, 그의 인품이 범방, 이응 여러 현인보다 고상하지 못해 그랬던 것이었는가.

 

方貂璫7弄柄 禍色燎原8 此政智者之所深避 而不肯染跡之秋也 而孺子獨淸而不汚 不入於標榜9之中 此孺子所以諦得第一義也

貂담비초,璫귀고리옥당,柄자루병,권력.燎화톳불료,汚더러울오,諦살필체,

한창 초당이 정권을 농락하여 재화가 들판에 번지는 불길 같은데 이런 때 슬기로운 자는 멀리 피해서 발을 적시고 싶지 않은 때이다. 그런데 서유자는 홀로 제 몸을 깨끗하게 하고 더럽히지 않고, 남들 앞에 나서지 않았다. 이 점이 유자가 깨쳐 얻은 중요한 뜻이었다.

 

故紫陽夫子10懷想11而詠歎之 後之人 立祠於東湖而追慕焉 嗚呼孺子其賢矣哉

그런 즉 자양부자는 그리워하며 감탄했고 후세 사람이 동호에다 사당을 세워 추모한 것이니, 아아, 서유자는 어진 사람이었다.

 

國朝當戊午殄瘁12之時 畢門諸賢 尟有得免 寒, 蠹, 梅, 濯13 與受其敗 秋江14一處士也 而終蹈身後之禍 虛庵15則遁跡以避 而猶不免擬議16之科

殄다할진,瘁병들췌,尟적을선,蠹좀두,濯씻을탁,蹈밟을도,遁달아날둔,擬헤아릴의,

나라의 조정이 무오년(1498년)에 사화가 한창일 때 점필재 문하 여러 현인은 그 화를 면한 분이 적었다. 한훤당, 일두, 매계, 탁영이 재앙을 당했다. 추강은 한 처사일 뿐이었건만 죽은 뒤에도 끝내 화를 당했고, 허암은 자취를 숨겨 피했으나 오히려 죄과에 논의됨을 면치 못했다.

 

而乃若閔五友先生 則以畢翁家自出 的受旨訣 薰陶德性 不就蒲璧之徵 永矢17湖山之樂 羅織18之禍 棄而不論 網打之計 漏而不售 以鶺鴒歌一章 和壎篪之樂 卽詩傳所稱兄弟相戒以免禍之義也

旨맛있을지,蒲부들포,售팔수,

그런데 민오우선생같은 분은 점필재 문하에 나와서 학문을 바로 받아 덕성을 훈도하였다. 포벽으로 부름에 나아가지 않고 자연과 함께 즐겼으니, 얽어넣는 화변에 버려두고 논하지 않았고, 덮어씌워 잡는 계책에도 빠지지 않았다.

척령가 한 가락으로 훈을 불고, 지로 화답하여 즐거워 하였다. 즉 시경에 일컫는 ‘형제간에 서로 경계해서 환란을 면한다’ 라는 뜻이었다.

 

觀其有聲無詩 則 南陔19白華之逸也 若其放跡林泉 必多感發寓興之作 而乃至片言不留 尺牘20不存 盖先生 身覩史局之禍21 深懲文字之戒

陔계단해,逸달아날일,寓머무를우,牘편지독,局판국,懲혼날징,

그런데 그 가락은 있으나 詩歌가 없음을 보면 남해, 백화같이 없어진 것이다. 그리고 숲사이에 한가하게 노닐었으니 느낌이 있어 흥을 읊조린 것이 반드시 많았을 것이건만 한마디 말도 한 장 편지도 남아 있지 않다. 대개 선생께서는 사초로 인한 화변을 직접 보시고 문자에 대한 경계를 깊이 느꼈던 것이다.

 

甘作無聞不知之人 而不悔焉 嗚呼此其所以爲先生也哉 後之人 詠歌想於畏疊之役者 只以善兄弟 一事爲最關節 而不少槪現於心迹之微 惜哉                                                              瞢장님맹,어두울몽,

그리하여 들음없고 지식없는 사람으로 됨도 달게 여기고 후회하지 않았다. 아아, 이 점이 선생으로 된 바였다. 그런데 후세 사람들이 감탄하여 향사하며 추상하는 것은 다만 형제간에 잘했다는 한가지 일을 큰 관계로 여길 뿐이고, 선생의 은밀한 마음씀에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으니 애석한 일이다.

 

當先生矢薖之際 此世界爲何等時也 一鼓吻而被拏籍之律22 一感吟而蹈瀦宅23之變24 士之處幽國者 當噤其口囚其舌 如聾如啞 爲村夫子不識字 然後方可免矣

惜아낄석,薖풀이름과,際사이제,吻입술문,拏붙잡을나,瀦웅덩이저,幽그윽할유,噤입다물금,囚가둘수

선생께서 벼슬하지 않기를 맹서하고 초야에 한가롭게 살 적에 그 세상이 어떠한 시절이었던가. 입 한번 벙긋하다가 노비가 되는 일을 당했고, 느낌을 한번 읊조리다가는 패가 망신하는 변을 당했다. 숨어 사는 선비는 어두운 나라에 사는 자는 입을 다물고 혀를 가두어 귀머거리나 벙어리같이 행동하여 글자도 모르는 시골 사람 행세를 함이 마땅하다. 그런 다음이라야 바야흐로 화를 면할 수 있다.

 

易曰遯世不見是而無憫 惟先生以之 而徐孺子之後 僅見25此耳 不侫 亦嘗聞先生之風者 謬承遺事勘校26之責 慨然27有曠世28風泉之感29 思欲以不韙30之瞽見 緬先生之心迹 而至若闡發31之道 非不侫所可贅喙者也

遯달아날둔,돈,憫근심할민,惟생각할유.僅겨우근,侫아첨할녕,謬그릇될류,유,勘살필감.慨분개할개,韙바를위,緬가는실면,闡열천,贅혹췌,喙부리훼

역경에 이르기를 ‘세상을 피해 살면서 남들이 옳게 여기지 않아도 가엾게 여기지 않는다.’했는데 오직 선생이 그러했고, 서유자 이후에 겨우 이 분을 보았을 뿐이다.

불초도 일찍이 선생의 고상한 풍치를 들은 자로서 유사를 바로 잡는 책임을 그릇 맡아 풍천지감을 겪는 것을 아쉬워한다. 옳지도 못한 소견으로서 선생의 마음씀을 생각하거니와 선생의 아름다움을 들추어 내는 일같음은 불초가 입을 놀려 혹을 붙일 바가 아니다.

 

且閔氏本家 後承不競漠無梯攀之路 安得以此 聞于掌故氏32 得列於我東高士之傳也 嘻

漠사막막,조용,梯사다리제,攀오를반,

또 민씨 본집에 후손이 번성하지 않아 연줄을 잡을 길이 아득하게 없으니 어찌하면 선생의 이런 덕생을 장고씨에게 알려서 우리나라 고사전에 끼어들게 할 수 있을까. 아아.

 

庚午九月下澣33 後學 密城 孫鍾泰謹識                               嘻웃을희,澣빨한,

경오 (1870년) 구월 하한 후학 밀성 손종태 삼가 기록함.

 

  1. 상론: 옛사람의 일을 평론함. [본문으로]
  2. 동경당고지작: 후한의 도읍이 낙양인데, 이것을 동경이라 하고 전한의 도읍 장안을 서경이라 했음. 후한 말기에 환관이 정권을 농간하므로 지 번, 이응 등이 환관들을 제거하기로 의논하다가 계획이 누설되어 그 일파 백여명이 도리어 환관들에게 죽임을 당하고 그 나머지 사람도 모두 당인이라 지목해서 종신토록 禁錮(땜질한 고)한 일을 말함. [본문으로]
  3. 서유자:이름은 穉(치), 동한 남창 사람. 집이 가난해서 항상 농사했고 여러번 천거되었으나 끝내 벼슬하지 않았다. 진번이 그 고을태수가 되어 예로 청해서 공조를 맡기니 할 수 없어 한 번 나왔다가 그만 물러가버렸다. [본문으로]
  4. 염적: 종적을 감춤. [본문으로]
  5. 범방: 후한 사람. 효렴으로 천거되어 청조사로써 기주에 가기도 했다. 환관들에 의해, 당인으로 치목되어 옥에 갇혔고 석방되었다가 결국 죽음을 당했다. [본문으로]
  6. 이응: 항성 사람. 환제 때 사예교위, 그때 기강이 어지러웠으나 응이 홀로 명망을 견지했는데 사람들이 그와 면대를 하면 용문에 올랐다 하였다. 그 후 환견들에 의해 당인으로 지목되어 죽음을 당했다. [본문으로]
  7. 초당: 담비꼬리와 금 귀고리로 꾸민 冠인데, 漢代 환관들이 착용했으므로 환관을 지칭하는 말로 되었음. [본문으로]
  8. 요원: 들판을 태우다, 화란이 널리 퍼져 진압하기가 어렵다, 들판에 번지다 [본문으로]
  9. 표방: 널리 세상에 알리거나 칭찬하다, 어떤 명목을 붙여 앞에 내세워지다 [본문으로]
  10. 자양부자: 송나라 주희를 일컫는 말. 주희의 부친 朱松이 자양산에서 글을 읽었다. 주희가 그집을 자양서실이라 했고, 후세 사람들이 그 곳에다 자양서원을 지었다. [본문으로]
  11. 회상: 그리워하다, 그리다, 생각하다 [본문으로]
  12. 진췌: 가난하다, 궁핍하다, 곤궁하다 [본문으로]
  13. 한두매탁:한훤당 김굉필, 일두 정여창, 매계 조위, 탁영 김일손 [본문으로]
  14. 추강: 단종때 생육신의 한사람이었던 남효은의 호, 갑자사화떼 점필재의 문인이었는데 昭陵(문종비 권씨의 능호)복위를 청원한 상소 때문에 부관참시를 당했다. [본문으로]
  15. 허암: 예종-연산군 때의 사람. 정희랑의호. 1495년 증광문과 병과에 급제하여 겸열로 되었고, 이듬해 賜暇讀書-조선(朝鮮) 세종(世宗) 8년(1426)에 유능(有能)한 젊은 문신(文臣)들을 뽑아 휴가(休暇)를 주어, 독서당(讀書堂)에서 공부(工夫)하게 한 일.-했다. 무오사화에 점필재의 문인아라는 것으로 의주에 귀양갔다가 풀려 아왔는데 갑자년에 또 사화가 있을 것을 예언하고 종적을 숨겨 버렸다. [본문으로]
  16. 의의: 입안하다, 기초하다, 예견 [본문으로]
  17. 영시: 영구히 맹세하다 [본문으로]
  18. 나직: 짓지 아니한 죄를 거짓으로 꾸며서 법망에 걸려들게 함 [본문으로]
  19. 남해: 시경 소아의 편명, 가락은 있으나 가사는 없음. 白華도 같음. [본문으로]
  20. 척독: 서간, 편지, 서신 [본문으로]
  21. 사국지화: 사초로 인한 화변. 연산군 4년 성종실록을 찬수하는데 김일손이 사초에 김종직이 지은 조의제문을 기록하였다. 유자광과 이극돈은 이글이 세조가 단종의 왕위를 빼앗았다고 비방한 것이라 하여 연산군에게 참소했고 드디어 무오사화가 일어났다. [본문으로]
  22. 나적지율: 남편 또는 아버지의 역죄로 인해 남은 가족이 죽임을 당하거나 또는 노비가 되어 그 재산을 몰수하는 법 [본문으로]
  23. 저택: 대역 죄인의 집을 헐고 그 자리를 파서 못을 만들던 형벌. [본문으로]
  24. 저댁지변: 대역죄인이 살던 집 터에 아주 못을 파버리는 일 [본문으로]
  25. 근견: 극히 드물게 보이다 [본문으로]
  26. 감교: 조사하거나 대조하여 바로잡음, 조사되거나 대조되어 바로잡아지다 [본문으로]
  27. 개연: 감개하다, 시원시원하다, 흔쾌하다 [본문으로]
  28. 광세: 당대에 견줄 만한 바가 없다, 겪다, 경험하다 [본문으로]
  29. 풍천지감: 풍은 시경 희풍 비풍장을 말한 것이고, 천은 시경 조풍 하천장을 말한 것인데, 모두 주나라의 국세가 쇠약하고 제후들이 강성한 것을 탄식해서 지은 것임. [본문으로]
  30. 불위: 잘못, 옳지 않은 일, 나쁜 짓 [본문으로]
  31. 천발: 드러내어 나타내거나 밝힘. [본문으로]
  32. 장고씨: 국가의 故實(전래의 사설)과 관례를 관장하던 관명 또는 관장하는 사람. 이조 때는 태상시라 했음 [본문으로]
  33. 하한: 빨래할한, 열흘한, 하순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