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야기/국내여행관련

수피령고개를 넘고....(휴전선길 4일째-와수리, 화천군청)

eungi5 2021. 7. 12. 18:06

어제 갈비탕집 아가씨가 비염 때문에 계속 기침을 해 대는데, 아침에 다시 가려다 겁이 나 김밥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아무래도 중간에 점심먹을 식당이 없을거 같아 아침도 김밥으로 먹고, 여분으로 한 개를 더 싸 갔다.

김화읍, 서면, 근남면을 지나 가니 설설 오르막 길이 생긴다. 비는 주적주적 오고. 한 손에 우산을 들고, 한 손에 스틱을 짚으며 불편하게 걸어도 걸어도 계속 오르막이다. 가다 길 옆 이정표를 보니 수피령이란다. 수피령.... 이름이 벌써 느낌이 다르다. 양 옆으로 부대가 많고. 두어 시간을 지나니 수피령 600지점이란다. 차암... 조금 지나니 수피령 700... 하긴 이 길이 평화누리길이 아니다. 다목리까지는 지름길로 간다고 내가 정한 길로 가니 그럴 수 밖에.

헥헥거리며 정상에 오르니 높이가 780이다. 차암..... 도봉산보다 높다.

거기서 화천 상서면 다목리는 거리 멀지 않다. 신발은 물에 젖어 발이 퉁퉁 불었다. 느낌이 심상치 않다. 다목리에서 잠시 쉬면서 어제 아름다운 동행에서 넣어 준 오이를 먹고.....

여기서 화천까지는 26km. 짧지 않은 거리다. 저녁때 소헌이 응원차 온다니 그 생각을 하면서 열심히 걷는다.

그런데, 핸드폰을 웬만큼 다룬다고 생각했는데, 오늘도 한 3, 4키로 손해 보았다. 카카오맵을 보면 맨 아래 최단거리, 편한거리 등이 나오는데, 중간에 길을 가다보니 또 자꾸 산으로 올라간다. 그것도 보통 경사가 아니다. 중간에 내려오는 트럭을 잡고 물어보니 화천을 왜 이 길로 가느냐고 반문하며, 화천 넘어가는 길은 있단다.

분명히 지도에 그렇게 나와 있는데.... 힘이 들어 쉬면서 가지고 온 김밥을 먹었다. 그런데 그러지 않아도 갈증이 많이 나는데, 짜기는 왜 이렇게 짠가..... 안 먹을 수도 없고. 억지로 한 줄 먹고 난 다음 맵을 확인해 보니 최단거리로 잡혀 있는 것이 아닌가. 미친다, 미쳐. 8백 넘는 고지를 또 넘을 뻔 했다. 그런데 평화누리길은 산 넘어 쪽에서 와서 정상에서 만나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 후로도 비는 주적주적 계속 오지, 발 상태가 엉망이지만 화천터미널 약 3키로 지점까지 와서 도저히 힘들어 택시를 불렀다. 30분만 걸으면 됐을텐데....

터미널에 도착해서 샤워하고 세탁기에 빨래하고, 그리고 신발 탈수하고 나니, 소헌이 왔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

삼겹살에 소주 한 잔 먹고 나니, 온몸이 노곤해서 쓰러질 정도다. 춘천가는 버스는 9시에 있는데, 8시쯤 해서 나는 들어 와 누워버렸다.

참 힘드는 하루였다.

며칠 더 걸을까 생각했었는데, 도저히 힘들어 일요일 아침 집으로 왔다.

오면서 도봉산에서 고장 난 스틱을 고치고. 12시쯤 도착.

세상에 집이 이렇게 좋은 걸...... 하루 종일 자고, 또 자고.

 

오늘의 여행

거리: 41.4km

시간: 9시간 50.

코스: 김화 와수 - 서면- 근남면- 수피령- 다목리- 화천

경비: 차비 8,800원 숙소 40,000,  계 48,800원.  총계 134,100

 

공비 잡다 전사한 김수현 충혼비

 

 

평화의 댐이 통제 되어 문제다.
태극기 달고 씩씩하게,
3년간 전국을 누볏던 신발. 이젠 보낼 때가 되었네.
수피령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