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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진짜 감로수.(휴전선길 5일차)

eungi5 2021. 7. 22. 18:14

7. 20(화천에서 평화의 댐)

화천에서 평화의 댐 코스는 대중교통 연결편, 숙소, 식당이 없어 포기하려다 용기를 내어 텐트 등 장비를 가지고 실천하기로 하였다. 전체 코스를 도보여행하면서 이 곳만 뺀다는 것이 나중에 두고두고 아쉬울 거 같아서 힘들어도 실시한다.

아침에 동두천에서 첫 전철(5.23)을 타고 춘천으로 가서 화천가는 버스(8:30)로 화천에 도착하니 920분 경이다. 문득 퀵으로 보내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연락해 보니 4만원을 달랜다. 화천터미널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기사가 삼천원을 더 달란다. 좋은게 좋다고. 그래서 텐트 등 무거운 짐을 먼저 평화의 댐 관리실로 보냈다. 그러면 무게, 잠자는 문제, 식사문제가 단번에 해결되었다. 진작 이런 생각을 못했는지. 그리고 같은 짐을 집으로 보내기 위해 우체국택배에 연락해서 만원으로 택배 예약을 했다. 이렇게 쉽게 하는 방법이 있었는데, 여하튼 모르면 몸이 고생하는 거다.

화천에서 940분에 출발해서 산소길, 평화누리길을 북한강변으로 걷는다. 딴산폭포까지 약8.5키로. 길이 참 좋다. 눈개승마로 강변을 가꾸어 놓았는데, 이게 꽃을 피울 때 장관이었을 거 같다. 나물로도 해먹을 수 있다는데 인부들의 잡초 제거 작업이 한창이다.

중간에 화천수력발전소, 해병참전기념탑, 문화재인 꺼먹다리도 있다. 딴산에는 인공폭포를 만들어 놓았는데, 지금은 그냥 높은 바위만 덩그러니 있었다.

길이 461번 지방도 옆으로 이어지고 있었는데, 가로수가 없어 그러지 않아도 폭염주의보, 경보가 내려져 있는데 햇빛이 따가워 무척 힘들게 걸었다.

15키로 지점쯤에 460번 지방도를 연결되는데, 이 길이 평화의 댐으로 가는 길이다. 여기서부터 오늘 여행의 하이라이트이다.

 

甘露水 만남.

이 길로 평화의 댐으로 가려면 해산령의 해산터널을 지나야 된다. 이 곳의 고도가 약 740m, 계속 오르막이다. 이 높이는 서울 도봉산의 높이다. 내리막 없이 이어지는 길이 지금까지 걸어 온 길과는 차원이 다르다. 지난 번 수피령길과 비슷한 높이인데, 그 때는 비가 와 힘들었지만, 지금은 폭염이다. 그때보다 훨씬 고통스럽다. 땀은 비오듯 쏟아지고, 갈증은 한계를 넘는다. 물을 조금 큰 병으로 두 병을 준비해 갔는데 갈림길 도착하기 전 어떤 개인집 마당에 수도시설이 있어 병을 가득 채웠었다.

은근히 걱정되는 것이 가다가 물이 떨어지면 어쩌나 하는 것이다. 아껴 먹는다고 했지만 거의 다 먹어갈 때, 길가에 자연수를 약수터물 흐르듯 누군가 물이 떨어지게 관을 설치해 두었다. 이렇게 고마울 수가. 배탈 걱정할 단계는 이미 지났다. 배가 부르게 약숫물을 마셨다. 제일 맛있는 음식은 시장할 때 먹는 음식이듯이, 심한 갈증이 날 때 먹는 이 물.... 참 하늘에 감사할 따름이다. 이 관을 설치한 사람은 아마 천사일 것이다.

 

냉장고 해산터널.

해산터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위도에, 가장 높은 산에, 가장 긴 터널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고도가 738미터, 위도는 당연히 38이북, 터널 길이는 1986미터. 이름이 명실상부다.

터널 앞까지 도착하니 이제 다 온 거 같은 기분이다.

터널에 들어서니 어디 에어컨이 이렇게 시원할까. 지금까지 힘들었던 여정이 한 순간에 사라지고, 이렇게 편하게 걷는다. 통행하는 차량도 잊을만 하면 한 대씩. 2키로 터널을 지나는 동안 서너대 정도 지나갔을까... 땀이 모두 쑥 들어가고, 특히 평화의 댐 측에서 걱정이 됐는지 두어번 전화가 왔는데, 터널을 지나면 계속 내리막이란다. 제일 반가운 소식이다. 이 터널을 지난 것이 오늘 여행의 하이라이트.

 

평화의 댐 도착.

옛날 금강산 임남댐(?)이 터지면 그에 대응한다고 온 국민이 성금을 내어 전두환 때 건설한 댐이 평화의 댐이다. 오토 캠핑장에서 본 댐의 위용은 참으로 거대하다.

코로나 때문에 예약했던 모든 관광객을 돌려 보냈는데, 걸어오는 사람을 어떻게 할 수 없어 캠핑장에 하루 지내는 사람은 나 혼자. 얼마 만에 이런 고저넉한 분위기를 경험하는가. 여럿이 있었으면 샤워도 못했을텐데, 아무도 없으니 샤워도 할 수 있단다. 참 고마운 사람들(?)이다.

1인용 텐트를 치고, 가져온 라면을 끓여 소주 한 잔과 먹는 이 맛. 경험한 사람만 가질 수 있는 호사이다.

그냥 골아 떨어져 잠들었지만, 정말 모처럼 자연 속에서 해보는 비박이 사람을 참으로 행복하게 한다.

철원까지는 거의 평지 수준이었지만, 철원을 지나면서 큰 산을 오르내리는 코스가 무척 힘들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더욱 해냄이 스스로 대견스럽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코스, 꿋꿋하게 견뎌야지.

 

오늘의 여행

거리: 37.5km

시간: 8시간.

코스: 화천 터미널- 딴산- 평화로- 해산터널- 평화의 댐

경비: 버스 차비: 5800, 김밥: 2000, 캠핑비: 20,000, 택시(짐 옮김): 43,000원 계: 70,800원 총계 123,000

 

화천상징탑
북한강 옆 자전거길
북한강 주변 '눈개승마' 정원
해병대 전적지
화천수력발전소

 

딴산폭포- 현재은 바위만.
평화누리길 마크
해산터널 아래에 있는 감로수
최북단, 최고봉, 죄장터널
차가 없다.
걸어도 걸어도 끝이 없는 길.
파로호 물이 평화의 댐 바로 밑에 까지 와 있다.
이 넓은 캠핑장을 혼자 쓴다. 오늘은.
라면 한 그릇으로 허기를 채우다.
석양의 평화의 댐
평화 기원종
운무에 휩싸인 주변의 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