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과 같이 새해 첫날 아침, 집 애들 둘을 데리고 첫새벽에 감악산을 올랐다. 일기 예보는 서울이 영하 10도쯤이라 해서 겁을 상당히 먹고 출발했는데 바람이 없어 예상보다 견딜만했다. 이곳은 서울보다 항상 4, 5도 정도 차이가 나니, 영하 십오도 라면 겁이 나기도 했다. 봉암사 밑에 도착하니 벌써 승용차가 여러 대 도착해 있다. 우리보다 부지런한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애들 앞세우고 오르는 산길은 바람이 없어 살을 파고드는 추위는 아니라도 꽤 추운 날씨다. 산꼭데기 부근에 도착하니 북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각 마을에서 올라 온 이장 등 대표들이 추운데 커피라도 한잔하고 오르란다. 비어있는 벙커 속에 불을 피워놓고 커피와 오뎅을 대접하고 있는 사람들을 자세히 보니 바로 우리 마을 사람들이다. 반가운 마음에 서로 새해 첫 인사를 나누고 모닝커피와 오뎅 국물로 요기했다. 추위가 싹 가신다.
7시 20분쯤 정상에 오르니 벌써 사람이 가득이다. 일출 예상 시간이 7시 45분이니 좀 기다려야 했다. 문득 하늘을 보니 엄청 맑다. 작년에도 해가 참 고왔는데, 올해도 멋있는 첫 태양을 볼 것 같은 느낌이 참 좋다.
옆에 성모상이 있는데, 오늘이 천주교에서는 성모마리아 대축일이란다. 한 20명 정도가 모여 약식 미사를 드리고 있다. 미사를 마친 친구들 춥다고 쐬주 한잔씩 돌린다.
잠시 후 예상했던대로 선홍색 붉은 태양이 새끼 손톱만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다들 기도하고, 만세부르고..............
불과 2, 3분 사이에 깨끗한 태양이 전체 모습을 드러낸다. 참 맑다. 참 붉다. 올해는 뭔가 좋은 일이 있을 것 같다. 애들이 열심히 사진을 찍고, 서로 소원을 빌고 하산하였다.
내려 오는 길에 동네 사람들의 노고에 치하하고, 커피 한 잔 더 얻어 마시고 길을 내려 왔다. 산 입구에 동광정사라는 사찰이 있다. 해마다 이곳에서 떡국을 제공한다. 작년보다 더 맛있다. 마을 입구에 서예계에서 이름이 잘 알려진 노정 박상찬이란 이가 전시회를 하고 있다. 애들이랑 전시회에 들려 새해 첫 문화 체험을 하고 귀가했다.
우리 친구들 중에 소띠인 친구들도 꽤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친구들 올해가 회갑이다. 옛날 같았으면 큰 잔치했을텐데.
어쨌던 다들 건강하시고 만사형통하는 올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산꼭데기에서 3가족이
떡국 한그릇 얻어 먹고.
사찰의 나무난로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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