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나의 생각

友亂

eungi5 2014. 7. 28. 14:31

 

 

하루를 정해진 일정대로 지내다가 잠자리에 들면 문득 주위에 사람이 별로 없다는 외로움에 싸일 때가 있다.

전원생활이 좋아서 시골에 와서 사는 것이 벌써 십수년.

지인들을 만나려면 서울까지 걸음을 해야 하는데, 자주 나가지 못한다.

포스메가 연습으로 요즘은 두 번 서울행을 하지만 친구를 만나러 가는 것은 한 달에 두어 번 정도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알고 지내는 친구는 많지만 정말 평생을 함께 하면서 모든 것을 줄 수 있는 친구는 누구일까 하는 생각에 잠길 때마다 더욱 외로움을 느낀다.

 

友亂이란 말이 있다.

父子가 한 집에 살고 있는데, 그 아들은 매일 친구를 만나러 나가고 매일 술에 취해 귀가하곤 했다. 아버지가 가끔씩 꾸짖기도 하지만 친구를 만나 술한잔 한다는 말을 하는 아들이었다. 아들에게는 많은 친구가 있었다.

하루는 정말 진정한 친구가 있는지 알아보자고 돼지를 한 마리 잡게 해서 가마니에 싸서 지개에 짊어지게 하여 친구를 찾아 가도록 했다.

제일 친한 친구의 집으로 가게 해서 아들에게 말하게 하기를 내가 잘못하여 갑자기 사람을 죽였으니 어쩌면 좋겠나, 좀 도와달라고 말하게 했다. 친구는 잠시만 기다리라고 하고는 집으로 들어가서 한참을 나오지 않았다. 나중에 큰소리로 불러도 나오지 않았다.

아버지는 다음 친한 친구에게로 가게 하여 똑같은 말을 하게 했다.

역시 마찬가지로 살인을 하고 내게 오면 어떻게 하느냐 면서 빨리 돌아 가라고 하였다.

어쩔 수 없이 다음 친구에게 가보아도 역시 마찬가지 였다. 어려움을 같이 해 줄 친구가 없었던 것이다.

마침내 아버지가 말했다.

그럼 나의 친구에게 한 번 가보자꾸나.

아버지의 친구의 집에 가서 똑같은 말을 하니 그 친구는 잠시 기다리라고 하고는 괭이와 삽을 가지고 나와 집의 구둘장을 들어 내려고 하였다.

이 모습을 본 아버지는 자초지중을 이야기 하고 돼지를 삶고 술을 준비하여 둘이서 취하도록 마셨다고 한다.

朝鮮의 大司諫을 지낸 김상정의 友亂이란 글의 내용이다.

 

친구를 사귐에 있어 진정한 우정이란 좋은 일이나 어려운 일이나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서라도 같이 할 수 있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일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친구가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모두 내 스스로 먼저 친구에게 먼저 배풀어 주위에 참다운 사람을 친구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문득 추사의 세한도가 생각난다.

한양에서 높은 위치에 있을 때는 수없이 많은 사람과 교류하였지만 제주도로 귀양을 가니, 오로지 제자 이언적 한 사람이 잊지 않고 문안 편지와 소중한 서책을 보내 주어 ‘세월이 추울 때가 되어보면 소나무가 한층 푸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는 공자의 말을 하면서 제자에게 주기 위해 그린 그림이 세한도이다.

 

이 밤도 주위에 친구가 없음은 내가 베풀지 않았음을 깊이 반성하고 이미 나이를 먹었어도 행동을 바르게 하고, 식견을 높혀 바르게 살아야 할 것이다.

밤벌레 소리가 유난히도 높은 저녁이다.

'나의 이야기 > 나의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딸, 아들에게 남기는 글  (0) 2015.02.22
사마귀이야기- 螳螂拒轍(당랑거철)  (0) 2014.08.22
庖丁이야기  (0) 2014.07.26
麗姬이야기  (0) 2014.07.12
부모에게 과오가 있으면.......  (0) 2013.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