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이야기/생활이야기(2006이후-)

비명에 간 살찐이

eungi5 2016. 10. 9. 16:17



비명에 간 살찐이

촌집에 살다보면 제일 불편한 점 중 하나가 쥐가 많다는 것이다.

우리 집도 예외가 아니다. 고양이가 있을 때는 소리도 없이 사라지는 쥐들이 고양이만 없으면 온통 잔치다. 특히 한 밤중에 천정을 다니는 쥐들.

조용한 한 밤에 잠을 깨우는 이 소리에 다들 지친다.

 

작년 봄에 이 쥐님들 땜에 이웃마을에서 고양이 두 마리를 구해왔다.

갓 젖을 땐 두 마리 중 한 녀석은 갈색이고, 나머지는 검은고양이다.

올 때부터 검은 녀석이 시름시름하더니 거의 죽어 가는 것을 겨우 살려놓을 정도로 상태가 좋지 못했다. 안식구가 정성을 많이도 들였다.

어떤 때는 이웃집 진돌이 한테 좇겨 전나무 꼭데기에서 밤을 세우기도 했다.

없어진 고양이를 찾아 헤매다 전나무 꼭데기에 올라가 겁이나서 내려오지 못하는 녀석을 사다리를 갖다가 겨우 데려왔는데, 저를 해치는 줄 알고 튀는 바람에 얼굴에 큰 상처를 입기도 했다.

덕분에 이년동안 우리집에는 쥐 구경도 못할 정도로 고양이의 존재가 중요했다.

우리 집에서는 고양이를 통칭 살찐이라고 한다.

갈색 살찐이는 큰 탈없이 지금까지 잘 자라는데, 검은 녀석은 세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겼다.

개한테 물렸는지 허리춤에 상처가 크게 나서 거의 죽을 지경에 이르기도 했다.

집에서 키우는 개, 아롱이하고는 친구처럼 세 마리가 잘도 지냈었는데,

며칠 검은 살찐이가 잘 보이지 않는다 했더니 엊그제 집 뒤쪽에 죽어있는 것이 발견되었다. 살펴보니 산짐승에게 물렸던 모양이다. 쯧쯧....

미물이 죽는거야 그러려니 하지만 그렇게 정이 들고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겼던 녀석이라 맘이 참 착잡하다.

좀 일찍 발견했더라면 치료를 할 기회라도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가족들 모르게 산에다 묻어 주었지만 한 이년동안 정든 친구, 맘속으로 명복을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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