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이야기/생활이야기(2006이후-) 1169

전원일기(시월의 樂雁齋)

요즘의 낙안재 요란했던 여름이 지나고, 참 아름다운 계절 가을이다. 해마다 고통 받던 황사나 미세먼지도 어디로 사라졌는지, 하늘은 코발트빛이고, 공기가 이렇게 맑을 수가 없다. 요즘 낙안재는 예쁜 가을 꽃이 많이 피었다. 계절이 좋고, 공기가 맑으니 꽃이 더욱 예쁜 것 같다. 가짓 수가 한 십 여 가지쯤 되려나... 백일홍, 동자꽃, 메리골드(프랜치, 아메리칸), 협죽도, 플린트), 국화, 수국, 배초향(방아잎), 뚱딴지(돼지감자).... 그러고 보니, 코스모스나 해바라기 같은 꽃은 없었네.... 장미는 빠졌고.

음청 만들기

전원일기(飮淸만들기) 촌에서 산다는 것은 도시에서 누릴 수 있는 여러 가지 문화복지 의료생활 등의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대신, 자연과 더불어 살면서 재배, 채취, 저장 등의 생활을 즐길 수 있다. 그 중, 연중 먹을 수 있는 淸類만들기는 부인네들의 대표적인 활동이자 즐거움이다. 이 곳 樂雁齋에서는 봄부터 주로 매실, 앵두, 오디, 복분자, 솔잎, 모과 등의 淸을 만들어 쓴다. 이렇게 만들어 두고 늘 음료수로 먹고 있다. 각기 맛과 향이 특색이 있고 뛰어나다. 손님 접대에 어디서 이런 천혜의 음료를 구할 수 있겠는가. 담아 둔 청은 3개월쯤 지나면 맑은 청은 따라내어 냉장 보관하여 물에 적당히 희석하여 마시고, 남겨진 건더기에는 술을 넣어 두면, 부드러운 와인이 되어 술을 좋아하지 않는 안식구도 가끔 즐..

늦밤 줍기

추석 한 보름쯤 전이면 산밤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그러면 안식구는 일년 중 제일 신나는 계절이 된다. 나중에 지인들에게 나눠주는 재미도 좋지만, 한 알, 한 알 줍는 재미가 엄청난 모양이다. 코로나 땜에 차례도 참석하지 못하는 오늘 새벽, 사람이 또 없어졌다. 지금쯤이면 산의 밤은 다 떨어지고, 오직 한 그루 집 뒤에 있는 늦밤나무에서 떨어지는 밤만 주우면 끝이다. 그런데 이 밤이 크기가 튼실해서 줍는 재미가 제일 좋다. 우리 마을에는 4가구가 사는데, 한 가구는 아예 밤 줍는데 관심이 없고, 나머지 3가구 부인네가 재미나게 줍는데, 부옇게 먼동이 트면 경쟁적으로 나가 줍는다. 그런데, 서로 약속을 한 거 같진 않는데, 하루 이 집에서 새벽에 주우면 다음 날에는 양보하고, 좀 있다 오전에 나가 줍는 식이..

햇밤.

그렇게 긴 장마가 지나고, 태풍도 3개나 지나가고, 덥지 않게 한 여름을 보냈더니, 어느듯 가을이 왔다. 혹시나 하면서 뒷산을 올라가더니 햇밤을 한됫박 정도 주워왔다. 오늘 또 어제 안간 곳으로 가본다며 올라가더니 많이도 주워왔다. 안식구 제일 신나는 계절이 돌아온 것이다. 올해도 아침 저녁으로 온 산을 헤집고 다니겠지. 그래, 한 가마만 주워오세요. .

김장 배추..

8월말에 적당한 때 무 파종하고, 배추 모종도 내었는데, 계속된 장마 비와 태풍 땜에 상태가 엉망이 되었다. 살충제를 뿌렸는데, 이번에는 배추 가운데가 노랗게 변하면서 작년처럼 물러 내려 앉는다. 도대체 뭐가 잘못인지 모르겠다. 규돈이 말로는 살충제를 잘 못 썼다는데, 그러면서 갈아 엎고 새로 뿌려야 한다나... 참. 무는 그대로 두고, 배추는 뽑아 내고, 갓을 파종하려고 씨앗을 사왔다. 하는데 까지 해 봐야지. .